‘개인번호판’이 뭐길래…슈퍼카 불법 렌트 SNS서 기승

‘하·허·호’ 없는 불법렌트카 SNS서 기승 / 경찰 “피해 발생시 구제 어려워 주의해야”
“추석연휴 기간에도 24시간 문의 환영합니다.”

최근 서울·경기 일대에서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슈퍼카’ 수십대를 불법으로 빌려준 뒤 거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된 가운데 이런 ‘개인 렌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업체들이 외제차 유지비에 허덕이는 개인 차주들을 꼬드겨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인데 자칫 잘못 이용했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에 ‘개인번호판’, ‘개인렌트’ 등 해쉬태그와 키워드를 검색해 본 결과 불법 렌트카 업체가 다수 검색됐다. 한 모바일 중고거래 사이트의 경우 이날 하루 동안에만 ‘개인 번호판 슈퍼카를 빌려주겠다’는 게시글이 40개 넘게 올라왔다.

여기서 ‘개인번호’란 영업용 렌트차량을 뜻하는 ‘하’나 ‘허’, ‘호’ 등이 번호판에 없는 차량을 말한다. 즉 개인 소유의 외제 차량으로 불법 임대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대개 하루(24시간) 대여료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가량 받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엄두도 못낼 비용이지만 고급 외제차를 자기 소유인 것처럼 과시할 수 있어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람보르기니 등 일부 차종은 주말 대여료가 하루 350만원 선”이라며 “가격이 비싸보여도 일부 차종의 경우 없어서 못탈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장기 대여의 경우 20∼30% 할인해주는데 한달 이상 대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업체만 보더라도 올해 1월부터 7개월 동안 1300번 넘게 차량을 빌려주고 1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어떻게 수억원에 이르는 차량을 마구 빌려줄 수 있었을까. 경찰은 이런 업체들이 주로 개인 차주들을 꼬드겨 외제차량을 빌린 뒤 월 임대료나 수수료를 주는 식으로 영업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급 외제차 구매 후 유지비 감당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혹하기 쉬운 제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업체들의 홍보글에 ‘수입차 리스비 부담 되시는 분 연락주세요’, ‘슈퍼카 보유하신 분 위탁으로 수입내세요’같은 내용이 함께 쓰인 경우가 많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아예 렌트 비용의 80%안팎을 차주들에게 주고 중개 수수료를 챙기는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불리 이런 업체를 이용했다가는 피해를 보기 쉽다고 지적한다. 불법 렌트 차량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부품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대여 차량에 미세한 흠집 등이 생겼을 때 크게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도난 우려를 이유로 차량 가격 만큼의 차용증을 쓰도록 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데 이로 인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대포차량을 빌렸을 경우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구제가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의 과시욕을 교묘하게 이용한 범죄로 보인다”며 “무등록 렌트업체의 경우 보험처리와 차량관리 등이 부실해 소비자들이 교통 및 사후처리 과정에서 위험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