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공에 움츠린 부동산시장… 매도·매수 '눈치보기'

9·13, 9·21대책 이후 관망·안정세 / 9월 셋째주 매수우위지수 123 / 첫째주 역대최고 171서 급락 / 서울 매매가 상승폭도 줄어 / 내달부터 위례 등 분양 봇물 / 주요 인기단지 경쟁 치열할 듯 추석 연휴가 끝나고 가을 이사·분양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강력한 수요 규제를 담은 9·13부동산대책에 이은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을 포함한 주택공급 계획이 추석 직전인 지난 21일 발표돼 연휴 이후가 문재인정부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이번 주택공급 대책이 주택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느냐가 대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10월부터는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등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새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뤄 무주택자 내집마련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10억원을 훌쩍 넘은 전세 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정부가 최근 매수세를 차단하는 9·13대책 등 부동산안정대책을 잇달아 내놓자 전세시장도 관망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달 2건의 굵직한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점차 관망·안정세를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책 발표 직후 주택 매수세가 눈에 띄게 준 게 이를 방증한다. 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3주차 기준 KB부동산 리브온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는 123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9월 첫 주 171에서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매수자들이 ‘호가상승→매물회수→수급불균형→집값상승’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장을 관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도자 역시 추세를 지켜보며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낮추고 있다. 매도·매수가 이렇게 ‘눈치보기’를 하면서 가격 상승세도 크게 둔화됐다. 부동산114가 21일 발표한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5% 상승, 상승폭을 1주 전 0.51%에서 0.16%포인트 줄였다.

추석 연휴 뒤 9·13대책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매물이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이미 추석 직전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규제 강화로 1주택자가 새로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2년 내 기존 주택을 매도해야 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의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은 2020년 1월부터 적용돼 실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이 내년 말까지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9·21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던 서울 강남권 등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택지조성안이 추가되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신호가 더욱 명확해져 집값 안정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대책 발표 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시와) 협의가 잘되지 않을 경우엔 우리 부가 가지고 있는 (그린벨트) 물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밝혔다. 30만㎡ 이하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있지만, 정부가 그 이상의 면적에 공공주택 건설 등의 이유가 있을 때는 직권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서울시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며 대신 내놓은 도심 유휴택지 개발이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고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다음 달부터는 위례·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새 아파트도 줄줄이 분양된다. 특히 11월 중 청약제도 개편이 예고되어 있어 10월 분양되는 서울·수도권 인기 단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으로 무주택자들은 상대적으로 금융권 대출이 쉽고 청약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되면서 내집마련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신혼희망타운·신도시 등 공급 물량이 늘면서 인기 지역, 인기 단지에 골라서 청약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반면 1주택 보유자는 규제지역 내 신규 대출이 어렵고 청약 당첨 가능성도 작아지면서 갈아타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