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110년 묵은 씨간장으로 전통의 맛 이어가는 ‘처녀 농부’

청주 황골마을 ‘발효식품 지킴이’ 최공희씨  
메주를 숙성시키는 황토방에서 온도와 습도를 점검하는 최공희씨.
“비움으로 행복을 채울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발효음식은 제가 꼭 지켜내겠습니다.”

27살 젊은 농부 최공희씨의 당찬 포부이다. 귀농 3년차인 최씨는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치기공사로 3년간 일을 하다 어머니를 따라 고향인 충북 청주시 황골마을로 들어왔다. 청주시내에서도 구불구불한 길을 한 시간가량 들어가야 하는 산골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아홉 마리 용이란 뜻을 가진 구룡천이 지나간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최씨는 ‘공희명가’에서 증조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110년 된 씨간장으로 장류를 만들고 있다.


최공희씨가 청국장 재료인 콩을 삶으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치기공소 작업 중 날리는 분진으로 비염과 결막염 그리고 알레르기로 고생하던 최씨가 고향에 내려온 지 1년 반 만에 모든 질병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발효음식과 좋은 물을 마신 덕분이라 믿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눈병으로 고생을 많이 해 ‘초정약수’로 씻고 마시니 병이 나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초정약수의 지류가 황골마을을 지나간다니 일리가 있는 것 같다”며 최씨의 표정이 밝아진다.

최공희(오른쪽)씨와 그의 스승이자 어머니인 이경재씨와 함께 청국장의 숙성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최씨가 어머니와 함께 담근 지 4년 된 된장의 숙성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공희명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된장.
된장을 만드는 것은 메주 쑤기에서 시작된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뜨끈뜨끈한 곳에서 메주를 띄우면 이듬해 봄 하얀 곰팡이 꽃이 피어 최상질의 메주가 된다. 공희명가의 된장 색깔은 거무스름하다. 된장을 담글 때 간장을 거르지 않아서다. 그러기에 깊고 진한 맛을 낸다고 한다. 또한 3년간 발효시키면 맛에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염수는 3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을 물에 담가 이틀 동안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3일 동안 끓여 쓴맛과 떫은맛을 없애 감칠맛이 나는 ‘자염’을 사용한다.


‘공희명가’ 의 보물인 110년 된 씨간장.
최씨는 자염을 이용해 누룩소금과 뽕잎소금 등을 개발했다. 최씨 어머니는 든든한 후견인이다. 시어미니가 돌아가신 2012년에 귀촌해 마을 이름을 딴 ‘농업법인 황골’을 세웠다. 공희명가는 최씨가 참여해 만든 장류 브랜드이다.

판매용 각종 장류와 소스.
청국장의 숙성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최씨.
‘공희(空喜)’는 비울수록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나누라는 의미로 스님께서 지어준 이름이라했다. 브랜드를 만들고 상품 개발을 위해 미래농업지원센터 이정학 교수와 김춘호 교수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최근 카카오 펀딩에 ‘공희명가’ 장류를 올려서 목표 금액의 361%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현재 우리 된장과 간장이 많이 판매되지는 않지만 전통 발효음식의 명맥을 유지한다는 자부심과 의무감이 생겼다”고 했다. 최씨는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과 약 3000여 평의 밭에서 토종 콩을 심어 보다 더 전통에 가까운 장을 지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주=글, 사진 서상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