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폭로' 파문…의정활동 중 얻은 기밀은 불법? 적법? [뉴스+]

법조계 “의정활동 중 얻은 기밀은 고의성 없다” 견해 우세/ 검찰, 로그기록 등 분석… 유출경로 추적 / 기재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무단침입 / 정보통신망이용촉진·정보보호법 위반” / 법조계 내부, 고의성 없다는 의견 우세 / 일각선 “靑 주장처럼 法 위반” 반론도 / 법원, 그간 판례 명예훼손죄 적용 안해 / 일부 “수사 이전 부정사용부터 밝혀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정부 예산 관련 정보 무단 열람·유출 의혹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거세다. 법조계에서는 불법성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심 의원 보좌진이 미인가 자료에 접근한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정보 유출을 정당한 의정활동 일환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다.

심 의원과 한국당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중 ‘부적절한 지출’이 의심되는 내역을 공개하며 일부 비서관과 행정관 실명까지 거론하자 청와대는 “명예 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명예훼손 혐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靑 해명 재반박하는 沈 의원 청와대와 예산정보 유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해명을 재반박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의정활동 일환” vs “유출경로 불법”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진수)는 지난 21일 심 의원실에서 압수한 보좌관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토대로 전산망 로그기록 등을 분석하고 있다. 보좌관들이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 ‘디브레인’(dBrain)에 접속해 미인가 자료를 내려받을 당시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검찰의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기획재정부가 고발한 심 의원 보좌관 3명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12일 총 190여 차례에 걸쳐 정부기관 예산 관련 자료 약 48만건을 내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게 기재부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보좌관들이 해킹이나 아이디 도용 등 ‘부정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동원하지 않았다면 고의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해당 법이 타인의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주장처럼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삼성그룹이 검사들한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속 전·현직 검사 7명 실명을 공개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유죄 선고가 확정됐다.

◆법조계 “명예훼손 적용은 어려울 듯”

법조계에 따르면 그간 법원은 의정활동과 관련한 정치인의 발표에 ‘현저히 상당성을 잃지 않는 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2003년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가 “사택에 12만달러를 은닉하고 있다가 도둑맞았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안택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여러 객관적 정황 등에 비춰 봤을 때 ‘12만달러 은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에 대해 국민과 정당의 감시기능이 필요하다”며 “의혹 제기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민주정치제도하에서는 정당 활동의 자유도 중요해 그 보장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당의 정치적 주장은 어느 정도의 수사적 과장은 용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정보 취득 경위를 갖고 수사로 겁박하기 전에 먼저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이 있었는지부터 밝히는 게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