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04 18:33:31
기사수정 2018-10-04 18:33:31
재생에너지 투자에 주력 방침/“공적 연기금 사회적 책임 고려/ 기후변화·미세먼지 대응 역할”/ 세계 2대 연기금 등 이미 동참/ 저탄소 추세 맞춰 국내 첫 발표/ 각국 투자자·전문가 환영 의사
30조원 규모의 국내 연기금이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선언’을 했다. 사회책임투자(ESG)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은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 회사채를 통한 금융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연기금은 “화석연료에 대한 세계 시민사회의 비판과 규제 강화, 재생에너지 촉진 정책 등으로 에너지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 분야의 신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연기금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배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과 함께 3대 연기금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9조원과 11조원에 이른다.
이번 탈석탄 선언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전망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등에 투자한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석탄화력 사업에 9조4270억원, 해외 석탄화력 사업에 9조4163억원의 자금이 제공됐다. 국내외 석탄화력 사업에 투자한 한국 금융기관의 자금 규모는 총 18조8433억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는 주로 국민연금,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농협금융지주, 한국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이 회사채 인수나 지분투자, 대출 형태로 자금을 제공했다. 해외 투자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이 대출이나 무역보험 형태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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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금융기관 탈석탄 재생에너지 투자선언’ 행사에서 사학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세계 각국에서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 반대를 선언하는 기관투자자가 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화석연료 반대 캠페인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한 기관으로는 세계 2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등 150개 기관이다. 이들의 총 자산운용 규모는 6조2400억달러(약 7000조원)에 이른다.
이중흔 사학연금 이사장은 “탈석탄 선언을 계기로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에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남준 공무원연금 이사장도 “국내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고 공적 연기금으로서 환경·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해가겠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투자자와 에너지 전문가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팀 버클리 미국 에너지 경제·재무분석연구소장은 “석탄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금융 관점에서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며 “쇠락하는 석탄 산업에 여전히 투자 중인 투자자들은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병욱·이창수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