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07 10:02:00
기사수정 2018-10-07 10:02:00
일본은 세습 정치로 유명한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권의 내각에 2, 3세 정치인이 다수 포진해 그동안 ‘세습 왕국 일본’이라고 불렸다.
아베 총리가 10·2 단행한 개각(改閣)에서도 대신 20명(아베 총리 포함) 중 5명이 세습 정치인 출신이다. 직전 내각보다는 줄었으나 여전히 세습 왕국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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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A급 전범 피의자 출신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아베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과 형 히로노부(현 미쓰비시상사패킹 사장). |
◆아베 총리
아베 내각의 최고 세습 정치인은 역시 지역 명문가에서 중앙 명문가로 거듭난 야마구치(山口) 명문가 출신의 아베 신조(1954∼) 총리 본인이다. 아베 총리의 증조할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愼太郞·1850∼1882)는 메이지유신 후 제1회 야마구치현의회 선거(1879년)에 당선돼 중앙 정계 진출을 노리다 1882년 32세 나이에 암살당했다. 할아버지인 아베 간(安倍寬·1894∼1946)은 중의원(衆議院·하원 격) 의원(2선)을 역임했다. 외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극동국제군사재판을 통해 A급 전범 피의자로 3년간 수감됐다가 풀려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일본 총리(1957∼60 재임)다.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의 친동생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75) 전 총리(1964∼72)다. 총리 재임 중 한·일 국교정상화를 했으며 비핵 3원칙(핵무기 불보유·제조·반입)을 공식 표명해 197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기시 전 총리의 사위이자 아베 총리의 아버지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1924∼91) 전 외무상이다. 아베 전 외무상은 재임 중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아들(아베 총리)과는 다른 정치를 했다. 아베 총리가 친가보다는 전범 출신 총리(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를 배출한 외가의 맥을 잇는 것으로 보는 이유다. 아베 총리 친동생은 아예 외할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은 기시 노보루(岸信夫·1959∼) 중의원 의원(2선)이다. 아베 총리는 차남으로 형 아베 히로노부(安倍寛信·1952∼)는 미쓰비시상사패킹 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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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망언 제조기’로 악명 높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아소 부총리의 아버지 아소 다카키치 전 중의원 의원과 외할아버지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아소 다카키치 전 의원의 장인) |
◆‘망언 제조기’ 아소 부총리
우리에게 망언(妄言) 제조기로 알려진 아소 다로(麻生太郞·1940∼) 부총리 겸 재무상도 명문가 후예다. 2008∼2009년 총리를 역임하며 아베 총리가 소속된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에 이어 제2대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부총리 집안에는 황족 출신도 있다.
아소 집안의 가업(家業)인 아소시멘트 회장을 지낸 아버지 아소 다카키치(麻生太賀吉·1911∼80) 전 중의원 의원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9∼1963) 전 총리(1946∼47, 1948∼54 재임)의 사위다.영국 런던 체재 중 주영 대사로 있던 요시다 전 총리의 딸(아소 부총리 모친)과 사귄 뒤 귀국 후 결혼했다. 요시다 전 총리는 전후 미·일동맹과 고도 경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한 스트롱맨으로 알려졌다.
이런 요시다 전 총리가 아소 부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베 총리의 외가와 아소 부총리의 외가가 결혼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 조슈번(長州藩)인 야마구치현 출신이고 아소 부총리의 외할아버지인 요시다 전 총리의 할아버지는 사쓰마번(薩摩藩)의 번사(藩士)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앙숙이었던 사쓰마(현 가고시마현)와 조슈번(현 야마구치현)은 손을 잡고 삿초(薩長)동맹을 결성해 존왕양이를 앞세워 메이지 유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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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고노 다로 외무상,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
◆부자(父子)가 너무 다른 고노 외무상
아베 내각의 세 번째 세습 정치인은 고노 다로(河野太郞·1963∼) 외무상이다. 고노 외무상의 부친은 관방 장관과 외무상을 역임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1937∼) 전 중의원 의장. 관방장관 시절이던 1993년 8월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 관헌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주인공이 바로 그다. 한국과 아버지의 인연 덕분에 지난해 8월 고노 외무상이 입각(入閣)했을 때 한·일 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대한(對韓) 강경 노선인 아베 총리는 지난해 고노 외무상을 발탁했을 주위에 “그는 아버지와 다르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아버지 고노 이치로(河野一郞·1898∼1965)는 농림상, 건설상과 부총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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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히라이 다쿠야 과학기술상. |
◆세코 경산상·히라이 과기상도 3대 세습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1962∼) 경제산업상 겸 러시아경제협력 담당상도 3세 정치인이다. 할아버지 세코 코이치(世耕弘一·1893∼1965) 중의원 8선 의원, 큰아버지인 세코 마사타카(世耕政隆·1923∼98)도 중의원 의원을 역임했다. 히라이 다쿠야(平井卓也·1958) 과학기술상도 할아버지 히라이 다로(平井太郞·1905∼73)가 참의원(參議원·상원 격) 의원, 아버지 히라이 다쿠시(平井卓志·1931∼2009)가 노동상 등을 역임한 세습 정치가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