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08 19:39:31
기사수정 2018-10-08 23:03:13
국회 제출 ‘전국 실태조사’ 결과 / 제2의 ‘도가니 사건’ 가능성 여전 / 서영교 의원 “인권침해 대책시급” / 유은혜 장관, 서울인강학교 찾아 / 사회복무요원 폭행 관련 간담회
전국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중 21명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언제든지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에는 특수학교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건까지 발생해 교육부와 병무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17개 전국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23명이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21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에도 강원 태백의 한 특수학교 교사가 여학생 제자 2명을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이른바 ‘강원판 도가니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도가니 사건은 2000년대 초 청각장애인 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일부 교직원의 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이다. 공지영 작가가 소설 ‘도가니’로 펴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강원 태백 사건이 알려진 뒤 교육당국은 두 달가량 전국 175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특히 시설 내 관계자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도 5명이나 됐고 관련 사건들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지역별로 특수학교에서 ‘○○아빠’라고 불릴 만큼 친근한 관계자에 의한 성추행이 의심되는 사례(서울)와 정신과 병동 입원 중 남자간호사에 의한 성폭행 의심 사례(대구), 특수교육실무원에 의한 성추행 의심 사례(충북) 등이 보고됐다.
서영교 의원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이후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강원 태백학교 사건에서 보듯이 여전히 제2, 3의 도가니 사태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충남 천안의 한 특수학교 교사 A씨도 2010~2011년 여학생 3명을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5년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서 의원은 “교육당국이 사건 발생 때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의 실태조사와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장애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할 근본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인강학교를 찾아 얼마 전 이 학교의 사회복무요원 일부가 장애학생을 폭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학부모 대표, 교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병무청과 함께 서울인강학교 재학생 127명의 피해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특수학교 150곳의 실태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 특수학교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은 1460명이다.
병무청은 수사 결과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혐의가 확인되면 엄중히 처벌하고,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또 장애학생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장애학생 인권지원단’의 지원 활동을 강화하고, 장애학생 학교폭력·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권침해 예방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