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동남풍 만든 것도 아닌데…풍등 스리랑카인 영장 지나쳐"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 안팎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9일 경찰이 경기도 고양 기름탱크 폭발사고와 관련해 스리랑카 노동자 A(27)씨를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 “우연에 우연이 수없이 중첩된 실수에 벌금 부과는 하더라도 구속영장은 지나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양경찰서는 이와 관련, 이날 고양 저유소 화재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며 A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태경 “동남풍 만든 것도, 일부러 날아가게 한 것도 아냐”

하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 ‘풍등을 날렸다고 스리랑카인 구속?’에서 “저유소에 큰 불이 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외국인 노동자가 제갈량처럼 동남풍을 불게 만든 것도 아니고 또 드론처럼 저유소로 날아가게 조종을 한것도 아니고 잔디밭에 떨어진게 불붙어서 안으로 튀게 조작한 것도 아니지 않나요? 또 풍등을 띄웠을 때 저유소 탱크가 폭발할 수 있다고 인지나 했을까요?”라고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 노동자의 구속영장 신청을 비판했다.

그는 대신 “바람을 구속하거나 잔디밭에 떨어진 불씨땜에 폭발할 정도의 시설을 만든 사람들이 구속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가스·전기안전공사 등의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하 최고위원은 “경찰은 저유소의 존재를 알아서 구속한다고 하는데요. 풍등 날린 건 실수라고 하더라도 풍등이 저유소 화재로 연결될 확률은 홀인원 공이 벼락맞을 확률 정도 된다는데 1조분의1 정도는 될까요?”라며 “우연에 우연이 수없이 중첩된 실수에 벌금 부과는 하더라도 구속영장은 지난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경찰 “스리랑카인,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 봐”

고양경찰서는 이와 관련, 이날 “피의자가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며 A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신걸 고양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고양경찰서 소회의실에서 열린 저유소 화재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당일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산 위로 올라가 풍등을 날렸고,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날아가자 이를 쫓아가다 저유소 잔디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풍등이 휘발유 탱크 바로 옆 잔디밭에 추락하는 장면과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등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풍등과 저유소 화재간 인과관계를 정밀 확인하고 재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고양 저유소 CCTV의 모습. 외국인 근로자가 풍등을 날리는 모습과 풍등이 저유소 방향으로 가자 이를 확인하기 뛰어가는 모습,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져 불이 붙는 모습 등이 담겼다. 고양경찰서 제공

◆“송유관공사 18분간 잔디 화재 몰라…탱크외부에 감지센서도 없어”

A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32분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려 저유소 시설에 풍등이 떨어지게 해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날린 풍등은 공사현장에서 불과 300m를 날아간 뒤 추락했으며 저유소 탱크 바깥 잔디에서 오전 10시 36분께 연기가 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은 18분 뒤인 오전 10시 54분께 일어났다. 이때까지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는 휘발유 탱크 외부에는 화재 감지센서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관제실에서 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나 순찰을 통해서도 화재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고양송유관공사 측에서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앞서 지난 6일 오후 8∼9시 사이에 인근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아버지 캠프’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