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교황 평양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

文, 13일부터 7박9일간 유럽 순방 / 교황청 방문해 金 초청 의사 전달 / 방북 성사 땐 北 체제수립 후 최초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3∼21일 유럽 순방 기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할 계획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13일부터 7박9일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다”며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서는 ‘교황님께서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정오에 문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가톨릭 수장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한 체제 수립 이후 최초가 된다. 김 위원장이 교황 초청 의사를 밝힌 것은 2014년 미국·쿠바 적대관계 해소의 막후 중재자 역할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통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평양 방문 기간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번영에 관심이 많으니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했다”며 “이에 김 위원장이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친 전례가 있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김희중 대주교와 지난달 20일 백두산에서 만나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는 김 대주교 말에 허리를 숙이며 “꼭 좀 전달해 달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