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13 14:00:00
기사수정 2018-10-13 10:50:48
법관 탄핵 전례 없어 / 일본선 7명 탄핵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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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법 농단’ 사태는 법관을 탄핵하고도 남을 사안입니다. 사태에 관여한 법관들이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면 사법부는 국민들의 불신을 더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 감사에서는 법관 탄핵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법관징계법상 법관은 아무리 비위를 저질러도 정직 1년밖에 받지 않는다”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사태에 책임이 있는 법관들을 탄핵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들 법관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형법상 직권 남용 정도인데, 검찰이 재판에 넘기더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지 의문이란 설명이다. 최근 법원은 직권 남용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게다가 법관은 헌법에 따라 신분이 보장된다. 헌법 106조에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사법 농단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유태흥·신영철 탄핵 소추…가결은 안 돼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어기면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국회가 탄핵 소추를 하면 헌재 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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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원상복구와 사법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
헌재가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내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절차다. 탄핵 결정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진 않는다.
헌정 사상 법관이 탄핵된 적은 없다. 다만 탄핵 소추안이 2차례 발의됐다. 부당한 인사 발령이나 재판 개입 때문이었다.
첫 탄핵 소추 대상은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그는 전두환 정권 시절 사법부 수장을 지냈다.
1985년 야당인 신한민주당(신민당) 의원 102명이 유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무죄 판결로 정부의 권력 남용에 제동을 건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맡았던 서석구(74·사법연수원 3기) 변호사가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됐다.
서 변호사는 부산지법 판사 시절인 1981∼1982년 국가보안법·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부림사건 피고인 3명 중 한 명에게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른 두 사람은 각각 선고 유예와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서 변호사는 이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이 끝난 뒤 그는 돌연 부산지법 진주지원으로 발령 났다. 이듬해 법복을 벗었다.
유 대법원장 탄핵 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2009년에는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인 2008년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신 대법관은 당시 법관들에게 “정치적 냄새가 나는 사건은 보편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등의 이메일을 보내 논란에 휩싸였다.
신 대법관 탄핵 소추안은 회기 종료 때까지 처리되지 않아 폐기됐다.
◆일본은 성범죄도 탄핵 사유…탄핵 절차는 불가피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들은 탄핵 사유를 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웃 국가 일본이 대표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법관 탄핵 해외 사례’ 보고서를 보면 1948∼2007년 일본에서 법관 9명이 탄핵 소추돼 이 중 7명이 파면 결정됐다.
심각한 직무 태만이나 향응 등 뇌물 수수는 물론, 성범죄를 저질러 파면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법원 여성 직원 스토킹이나 아동 성매매, 전철 내 성추행 등이 파면 결정 사유가 됐다.
사법 농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절차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여당 의원들은 국정 조사뿐 아니라 법관 탄핵도 추진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 재판을 통해 사실 관계가 확정되면 국민들 사이에서 판결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국회가 탄핵 절차에 들어가긴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엄밀히 따지면 (상관 지시로) 의무 없는 일을 한 행정처 심의관 출신 법관들은 형사상으로는 피해자”라면서 “그런 법관까지 탄핵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석태 헌법재판관은 취임 전 “중대한 위법 사실이 있는 법관에 대해서는 탄핵 심판이 필요하다”면서도 “탄핵 심판 남용은 재판과 법관 독립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