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16 15:36:27
기사수정 2018-10-16 15:36:26
그동안의 가짜뉴스 처벌 사례와 관련 법규 살펴보니…
#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직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 그에 관한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박 전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악질적 내용의 허위사실이었다. 이같은 내용의 동영상을 인터넷 TV로 방송한 A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2. 2016년 1월부터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까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에 관한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문 후보의 아버지가 북한 인민군이다’거나 ‘문 후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파산관재인이었다’, ‘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비자금 1조원의 환전을 시도했다’ 등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다. 이런 글들을 유포한 B씨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하급심에서 징역 10월 실형을 선고받고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명예훼손·업무방해·신용훼손 등 적용 가능
법무부가 16일 ‘허위조작정보’, 즉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한 대처 방안을 발표하며 소개한 과거 형사처벌 사례들이다. ‘가짜뉴스 단속을 위한 새로운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이미 관련 처벌법규가 충분히 마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법무부에 따르면 가짜뉴스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죄 적용이 우선 가능하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명예훼손 행위가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를 물을 수 있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져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가짜뉴스 등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업무를 방해하거나 신용을 훼손하는 경우는 형법상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둘 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자기 또는 타인의 이익 내지 손해를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전기통신기본법도 가짜뉴스를 상대하는 유력한 무기다.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죄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해경 구조대 모욕했다가 징역 1년 실형도
일례로 자신의 트위터에 ‘성추행 피해 여성인 인턴 직원이 모 국회의원의 내연녀인데 청와대 전 대변인을 감시하던 중 허위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란 취지의 글을 게시해 피해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를 적용했고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실형이 확정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스마트폰 채팅앱에 ‘세월호에 산 사람은 없고 시신이 득실거리나 현장 책임자가 수습을 못하게 한다’는 취지의 허위 글을 게시해 세월호 침몰사고 구조담당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이 가해자 또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됐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좋아요’ 추천을 많이 받을 목적으로 세월호 희생자로부터 구조 메시지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편집한 글을 게시한 이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일간베스트 사이트 등에 ‘김대중(DJ) 전 대통령 차명계좌에 12조6400억원이 있다. DJ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서 1200억원을 받았다’는 취지의 허위 글을 게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형이 확정된 사례도 있다.
◆정부부처에 ‘삭제 요청권’ 부여 법률 추진
이날 박상기 법무장관이 대검찰청에 가짜뉴스 엄정 대처를 지시함에 따라 검찰은 위에 소개한 사례들처럼 법원 판결로 확정되는 등 허위성이 확인된 처벌 사례를 정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경찰 등 유관기관에 제공하기로 했다. 방통위 등은 이를 토대로 교육과 홍보, 모니터링과 삭제 요청, 단속 등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눈에 띄는 대책은 가짜뉴스 단속에 쓰이는 정보통신망법에 이른바 ‘삭제 요청권’ 명시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허위로 조작된 정보 등 가짜뉴스 게시를 발견하는 즉시 정부당국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짜뉴스를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식 언론사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행위는 단속이나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그간의 시각이었다. 이에 법무부는 언론중재법상 언론기관이 아님에도 언론 보도를 가장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도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