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석불좌상 원위치는 경주 이거사터”

일제강점기 ‘신라사적고’ 공개 / 이거사터 항목에 석불좌상 언급 / 이전 시기 등 일치… 신뢰도 높아
청와대 경내에 있는 ‘경주 방형대좌(方形臺座) 석불좌상’(보물 제1977호·사진)이 본래 경주 이거사(移車寺)터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헌이 발견됐다. 해당 불상은 1912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이 경주 고다이라(小平) 자택에서 본 뒤 이듬해 서울 남산 총독관저로 옮겨졌는데, 원위치를 두고 이거사터와 경주 남산을 주장하는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왔다.

16일 주진옥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보존관리팀장이 공개한 일제강점기 자료 ‘신라사적고’(新羅寺蹟考)에 따르면 도지리(道只里) 이거사터 항목에 ‘다이쇼(大正) 2년’(1913년) 중에 총독부로 불상을 이전했다는 항목이 있다. 해당 글은 “과거에 완전한 석불좌상 1구가 엄존했는데, 지난 다이쇼 2년 중에 총독관저로 옮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라사적고는 경주 금관총 발굴에 관여했고 1933년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현 국립경주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낸 모로가 히사오(諸鹿央雄)가 다이쇼 5년(1916년)에 자비 출판한 책이다.

이거사터 관련 부분은 주 팀장의 남편인 고 이근직 경주대 교수가 일본 덴리(天理)도서관 소장 서적을 복사해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주 문화재 사정에 밝았으며, 불상 반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모로가 히사오가 이전 시기로 적시한 때와 청와대 불상이 옮겨진 시점이 일치하는 등 신뢰할 만한 내용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불상이 본래 이거사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사료가 발견되면서 불상 이전과 이거사터 정비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주 지역 시민단체는 고향인 경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불교계는 불상의 역사적 가치가 조명되고 신앙적 환경이 조성된 뒤에 옮겨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굴암 본존불을 닮아 ‘미남불’로도 불리는 청와대 불상은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913년 서울 남산 총독관저에 갔다가 1939년 경복궁에 새 총독관저(현 청와대)가 세워지면서 다시 이전됐고, 서울시 유형문화재를 거쳐 보물로 지정됐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