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16 17:35:44
기사수정 2018-10-16 17:35:43
“결론적으로 보면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15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선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청이 개편하기로 한 가계소득동향 조사의 정확성 확보와 관련해 “개선되기 어렵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는 피조사자의 과소 보고나 응답 거부를 막기 어렵고, 자신의 소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응답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통계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매 분기 발표 때마다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는데 소모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16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계동향조사에 대해 “통계가 발표되면 여러 추측이나 예상과 같은 근거 없는 논란이 정리가 돼야 하는데 거꾸로 통계가 논란의 불씨가 된 상황이고 그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소신을 밝힌 이유에 대해 “통계를 갖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으니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다”며 “국감에서 내 소신을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소득 연구 분야 권위자다. 김 교수는 2014년에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의 소득세 자료를 활용한 논문에서 가계동향조사 결과보다 실제 불평등지수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객관적 수치로 논증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2016년 말, 2017년 4분기를 마지막으로 가계소득동향조사를 폐지하기로 하는데 결정적 근거가 됐다. 소득조사 과정에서 고소득층의 응답 누락이 지속돼 소득 불평등 상황이 하향 집계된다는 지적이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모두 소득에 대해 과소 보고를 하면서 중산층이 소득이 과다 반영돼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실제보다 크게 낮게 집계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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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통계청장이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중단하고 소득 조사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심으로 이미 전환했는데 현 정부가 이를 뒤집는 바람에 혼란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며 “가계소득동향 조사 개편에 들어갈 예산으로 기존 통계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를 쓴다는 것이 통계를 작성할 때 활용하기 좋은 자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면서 “최소한 소득 부분은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가계부 작성 방식이나 면담 조사를 통해 ‘지난달’의 소득이 얼마인지를 묻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가계소득조사 전면 개편 방향을 발표하면서 소득 포착률을 높이기 위해 면접 조사방식을 다시 가계부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위해 선정된 다목적표본 중 일부를 사용하던 기존 조사 방식에서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표본을 사용하기로 했다. 표본가구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36개월 연속 응답 방식도 ‘6개월 응답-6개월 휴식-6개월 응답’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는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소득 연말정산 자료, 종합소득세 신고자료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 개편을 통해 소득과 지출을 연계해 분석하고 맞춤형 정책 수립할 수 있다는 강신욱 통계청장의 주장에도 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득과 지출의 연계를 통한 분석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가계부 작성이나 면담조사 등의 방식으로는 그러한 의도나 기대를 제대로 반영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사의 정확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계청의 독립성 신뢰성 논란과 관련해 “통계청이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독립되는 것뿐만 아니라 통계 자체의 질을 높여서 믿을 수 있는 통계를 생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