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18 12:00:00
기사수정 2018-10-18 11:34:56
‘유남석호’ 헌재 재판관 9명 면면 분석해보니…
약 1개월 만에 ‘완전체’ 헌법재판소가 출범했다. 지난달 19일 이진성 전 헌재소장 등 재판관 5명이 퇴임한 뒤 일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던 것이 18일 이종석·이영진·김기영 등 국회 몫 재판관 3인 취임으로 ‘9인체제’를 회복하며 공백을 말끔히 해소했다. 새롭게 탄생한 ‘유남석호(號)’ 헌재는 역대 헌재와는 다른 이색적인 특징이 여럿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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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왼쪽 4번째)이 지난달 19일 취임식 직후 동료 재판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충남 출신 4명으로 '최다'… TK는 단 1명
헌재소장 등 재판관 9명의 출신지를 살펴보면 충남이 4명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조용호(충남 청양), 이석태(충남 서산), 이영진, 김기영(이상 충남 홍성) 재판관이 그들이다. 특히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 재판관은 둘 다 홍성 출신으로 군(郡)단위까지 같은 고향 선후배 사이다. 나이가 7살 더 많은 이영진(57) 재판관은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 남강고,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고 김 재판관은 고향 고교(홍성고)를 다닌 뒤 상경해 서울대 법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호남권은 유남석(전남 목포) 헌재소장과 이은애(광주) 재판관 2명이다. 여기에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서기석(경남 함양) 재판관, 서울 출신으로 이선애 재판관,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이종석(경북 칠곡) 재판관 1명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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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취임한 국회 몫 재판관 3인. 왼쪽부터 김기영,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 김 재판과 이영진 재판관은 고향이 충남 홍성으로 같다. 이종석 재판관은 9명 중 유일하게 대구·경북(TK) 출신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종석 재판관은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국회에서 선출됐다.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거친 ‘정통 TK 법조인’으로 분류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과거 이명박·박근혜정권 시절 ‘잘 나갔던’ TK 인맥이 사실상 몰락한 터라 이종석 재판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보수정당 추천으로 헌재에 입성했고 또 유일한 TK 재판관인 만큼 향후 헌재가 다루는 주요 사건에서 보수적 시각을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988년 출범 후 처음으로 검찰 출신 '0'
대통령, 국회 등 인사권자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으나 이씨 성(姓)을 가진 재판관이 과반수인 점도 재미있다.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벌써부터 이들 5명만 힘을 합쳐도 쉽사리 ‘다수의견’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유남석호 헌재는 사상 처음으로 복수 여성 재판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재에 입성한 이선애 재판관과 이번에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을 받은 이은애 재판관이 주인공이다. 그동안 전효숙, 이정미 등 여성 재판관이 1명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낙태죄 헌법소원 등 여성 인권 관련 사건들 심리에 여성들의 시각과 관점이 좀 더 많이 투영될 것으로 여성계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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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역사상 처음 복수 여성 재판관이 탄생했다. 왼쪽부터 이선애, 이은애 재판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
1988년 헌재 출범 당시부터 30년간 검찰 출신 재판관이 1∼2명 꼭 있었다. 김양균, 신창언, 정경식, 송인준, 주선회, 김희옥, 박한철, 안창호 전 재판관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박 전 재판관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전직 검사로는 처음 헌재소장에까지 올랐다.
반면 유남석호 헌재는 재판관 9명 전부가 전직 판사 또는 변호사로 구성돼 헌재 역사상 최초로 검찰 출신 재판관이 한 명도 없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헌재가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법조3륜’의 시각을 균형있게 반영해야 하는데 이번에 인적 구성이 그렇지 못하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