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완화를 유도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외교가 실패로 끝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대북 압박을 유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와의 관계가 더 악화하는 위험을 초래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9일 동안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시티, 벨기에 브뤼셀, 덴마크 코펜하겐을 순방하면서 대북 포용 확대를 종용했고, 그의 관점은 이렇게 해야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WSJ이 전했다. WSJ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을 파기하기 전에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이란과 협상을 했던 것처럼 북한과의 대화와 대북 포용을 강조하는 자신의 정책을 지지해주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강화하려는 미국과 마찰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WSJ가 주장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오랫동안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은 남북 대화를 환영하면서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제재 완화 메시지에는 기껏해야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가 결단코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지만, 유럽 국가 관리들은 대북 압박 유지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WSJ는 “도널드 터스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장이 북한과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개인적 노력을 칭찬했으나 유럽 연합(EU)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항구적인 비핵화가 이뤄지기도 전에 한국이 제재 완화를 종용하고 있는 데 대해 유럽 일각에서 깜짝 놀라는 반응이 있다고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이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여러 가지 외교 현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럽 국가들은 대북 제재와 압박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려는 미국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WSJ는 “한·EU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고 유럽 고위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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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한·영 정상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정상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이사회 본부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