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25 08:00:00
기사수정 2018-10-24 21:01:12
[이슈톡톡] 평양공동선언 비준 놓고 공방 안팎
여야 정치권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갈수록 불통과 독선으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마이웨이’ 비준” 등 맹비난을 쏟아냈고, 청와대와 여당은 “올바른 조치”였다고 두둔했다.
◆나경원 “문대통령, 유럽에서 한방 먹고 국회 무시한 채 마이웨이 비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탄스러운 문재인 정부의 '마이웨이 비준’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고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발효시키기 위한 비준안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며 “불가역적 비핵화는 요원하건만, 불가역적 경협과 안보 무장해제의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 확인된 것은 오히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유럽 각국의 확고한 비핵화 우선 입장이었다”며 “면전(유럽 순방)에서 한 방 먹었음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확보했다’며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을 하더니, 오늘은 국회도, 야당도, 군사합의에 대한 동맹국의 우려도 모두 무시한 채 '마이웨이 비준'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국회동의 어려우니 무시하기로 한 거냐...불통과 독선”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가 갈수록 불통과 독선으로 치닫고 있다”며 “언제는 판문점선언이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더니 그와 대동소이한 평양선언은 왜 필요 없습니까? 국회동의가 어려울 듯하니 아예 무시하기로 했습니까? 국회 동의 구해서 공론화하고 내용을 샅샅이 분석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부담되셨습니까? 게다가 국회도 찬반을 명확히 역사에 남겨야지요”라고 문 대통령이 전날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를 비준한 데 대해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군사합의서야말로 멋대로 비준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한 사항 아닙니까? 내용상 단순한 군축이 아니라 군사전략상 주요 부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서 우리 영토문제인 NNL까지 포기하고 비행금지구역에 동의해 정찰능력까지 무력화시키는 이런 것까지 맘대로 해도 되는 것이냐”는 취지다.
이 의원은 “누구 말이 옳은지, 과연 이 나라 대통령이 국방 안보 문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끝장토론을 해야지, 왜 못하는 겁니까?”라고 묻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제대로 끝장토론을 하자”고 요구했다.
◆전여옥 “문 대통령, 국회 제치고 단독드리블…‘마이웨이’ 접어야”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선언’을 비준했다. 국회를 제치고 단독드리블을 한 셈”이라며 “야당도 국제사회도 ‘내우외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는 ‘평양선언을 위해서는 큰돈이 들지 않으므로 청와대 비준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댄다”며 “그렇지 않다. 남북철도를 비롯해 조 단위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게다가 대북제재 위반인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이나 선의를 모조리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도 “본인도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방문에서 그렇게 애절하게 호소를 했지만 단호한 철벽거절을 당했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맞닥뜨린 현실”이라며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를 먼저 풀 수는 없다는 것!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끝까지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이 요구한 전체 예산을 천문학적이더라도 솔직히 제시했어야 한다. 야당의 요구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직권비준’으로 야당을 내쳤다. 또한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비핵화후 제제완화’에도 명백한 반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북한이 특별히 감사하거나 감동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 “국회 패싱은 위헌적 행위”...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자유한국당은 24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국회의 비준 동의를 패싱하는 것은 모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행령부터 공포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출생 신고 먼저 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며 "대통령의 비준 행위는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교일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본 합의문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고, 세세한 내용은 국회 동의를 받았는데 그 절차가 맞다"며 "구체적인 후속 합의서는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여당 “법리오해에서 비롯, 위헌 아냐”
청와대는 이날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의 국회 동의 없는 비준이 위헌이라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 북한과의 합의는 헌법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그 같은 주장 자체가 오히려 위헌적 발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과 야당이 헌법 60조를 근거로 남북군사합의서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근본적인 법리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위헌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헌법 60조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의 요건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조약이라는 것은 문서에 의한 국가 간의 합의를 말한다. (조약 체결의) 주체가 국가인데,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며 “따라서 북한과 맺은 합의나 약속은 조약이 아니기에 헌법이 적용될 수 없고 위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남북이 합의한평양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이를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것은 올바른 조치”라며 “이제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마땅하다. 판문점선언을 찬성하는 절대다수 국민의 바람에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