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30 03:00:00
기사수정 2018-10-29 21:04:32
경주 길 걷기 코스 인기몰이
깊어가는 가을, 천년 고도 경주에서 길 걷기가 인기 절정이다.
29일 경주시에 따르면 ‘왕의 길’을 비롯한 경주의 길 걷기 코스는 최근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신라 왕들의 보폭에 발을 맞추는 ‘왕의 길’은 단연 인기 으뜸이다. ‘신문왕 행차길’은 신문왕이 동해에 잠든 문무대왕을 찾아간 길이다.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 추령재 터널 전에 추원마을로 빠지는 지점이 왕의 길 시작이다. 경사가 높아서 말이 넘어졌다는 ‘말구부리’, 신문왕이 잠시 쉬었다 세수를 하고 간 ‘세수방’ 등 이야기가 가득한 길이다. 천년고찰 기림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저 흔한 단풍 코스가 아닌 천 년 신라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는 현장이다.
은빛 억새 휘날리는 ‘무장봉 억새길’도 사랑받는 길이다.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암곡동)은 온 산을 뒤덮은 은빛 억새로 유명하다. 148만㎡의 억새군락지는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시원한 풍경과 문화재가 함께 어우러진 이색적인 등산로다. 무장봉 근처에는 신라 삼국통일의 역사가 서린 무장사지와 무장사지 삼층석탑(보물 제126호)이 있다. 등산과 역사여행이 동시에 가능한 산행길이다.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와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로도 입소문이 나 가을이면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주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무장봉을 찾은 탐방객이 8000여명에 이르러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동해와 함께하는 ‘파도소리길’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사시사철 관광객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길이다. 지난해는 주상절리 전망대가 개장해 세계에서 보기 드문 주상절리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부채꼴 모양의 여러 가지 형태의 주상절리는 언제 보아도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포인트다.
사랑 고백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보문 호반길’을 걸으라. 보문호수를 온전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8㎞에 이르는 보문 호반길은 친환경 점토와 황토 소재로 포장되어 걷기로만 따지면 전국 최고다. 특히 밤이 되면 호반길의 매력은 절정에 달한다. 은은한 조명과 함께 멀리서도 눈에 띄는 물 너울교는 풍경 자체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다리를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길이다. 많은 연인이 물너울교를 건너면서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에 개설된 길은 주변에 각종 문화재가 산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다와 산의 풍광까지 아름다워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며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각종 이벤트와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