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클린 에너지' 수소 발전으로 원전사고 상흔도 씻는다 [세계는 지금]

최첨단 고베수소CGS를 가다 / 꿈의 미래 에너지 수소 / 무궁무진한 원료에 오염 물질 배출 ‘0’ / 발전소, 인근 시설 세계 첫 전열 공급 / 후쿠시마, 도쿄올림픽 전기 제공 추진 / 아직은 갈길 먼 상용화 / 수소연료, 다른 화석연료서 채취해야 / 발전 코스트 LNG보다 27% 이상 비싸 / 비용절감 위해 천연가스와 혼용 발전 “고베시는 수소발전 등을 통해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최종 에너지 소비량을 22% 삭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4% 줄일 예정입니다.”

지난 15일 일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 고베공항에 인접한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의 수소코제너레이션시스템(Cogeneration System)에서 만난 관계자가 말했다. 코제너레이션시스템은 전기발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열을 회수해 급탕과 냉난방에 재활용하는 차세대 에너지 절약형 발전방식이다.

고베수소CGS(이하 수소발전소)는 클린 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만든다는 구상에 따라 지난해 12월 쓰레기소각장 자리에 약 20억엔(약 200억원)을 투입해 완성됐다. 수소발전소 내 가로 63m, 세로 23m 면적의 발전 구역에는 30m 높이의 액화수소탱크, 수소가스압축기, 1㎿급 가스터빈, 변전설비, 천연가스압축기, 배열(排熱)회수보일러 등 핵심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일본 고베시 수소발전소에서 외국인 방문객이 발전시설을 견학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고베=김청중 특파원
고베수소발전소는 지난 1월부터 시험운전을 개시했다. 봄, 여름, 가을에 이어 겨울철에 각 2주 정도씩 계절별 시험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가스터빈시설에서 발생한 열과 전기를 중앙시민병원, 고베국제전시장, 포트아일랜드스포츠센터, 하수처리장과 같은 인근 4개 시설에 전기와 열(증기)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수소를 100% 연료로 태워 발생한 전열(電熱·전기와 열)을 복수의 인근 시설에 공급한 것은 이것이 세계 최초였다. 수소발전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곳이다.

수소는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수소는 지구에서 풍부한 물에서도 얻을 수 있어 이론상으로는 장차 고갈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비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해도 유황산화합물 같은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이나 이산화탄소와 같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효과 유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에너지화해도 배출하는 것은 물뿐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수소발전은 앞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고베수소발전소는 바로 그 시험장인 셈이다.

일본 고베시 수소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이 발전소의 심장인 가스터빈을 촬영하고 있다. 고베=김청중 특파원
2016년 1월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을 때 국내 한 매체는 ‘북한이 수소탄 만들 때 한국은 수소차(車) 양산에 올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넥쏘를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등 수소자동차의 상용화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를 이용한 발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화학반응으로부터 발생한 전력을 연료전지(電池)에 충전해 사용하는 연료전지발전 방식이다. 두 번째는 수소를 직접 연료로 연소기에서 연소시켜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발생시키는 수소발전 방식이다. 현재 우리가 수소자동차라고 하는 것은 대개 첫 번째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수소전기자동차나 수소연료전지자동차로 불린다. 고베수소발전소는 두 번째 방식으로 원래 천연가스터빈의 연소기를 수소용으로 개량했다.

세계적으로 수소발전의 장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환경친화적인 수소발전이지만 상용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비용 문제다. 수소발전은 다른 발전방식에 의해 ‘코스트’가 높다. 수소연료 자체가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다른 화석연료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다른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일본 통상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이 작성한 ‘2030년에 있어서 발전 코스트 비교’ 자료에 따르면 1㎾h당 발전 소요 비용은 △석유화력발전 28.9엔 △수소발전 17엔 △액화천연가스(LNG)발전 13.4엔 △석탄화력발전 12.9엔 △원자력발전 10.3엔 △태양광발전 7엔이다. 수소발전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전비용을 경쟁자인 LNG보다 낮은 12엔 정도로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16일 고베시청에서 만난 히사모토 기조(久元喜造) 고베시장도 수소발전 진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수소연료 문제를 지적했다. 히사모토 시장은 “수소발전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프로젝트이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허들(장애)이 있다”며 “그것은 대규모 시설이 될 경우 대량의 발전연료(가 필요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히사모토 기조 고베시장
이에 따라 고베수소발전소가 착안한 방법이 가스와 천연가스의 혼용이다. 연료를 태우는 연소기를 수소와 천연가스 혼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수소연료의 가격이 높을 경우에는 연료 중 수소의 비율을 낮추고 천연가스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비용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경우 이산화탄소 프리(carbon dioxide-free)인 수소전소(全燒·수소비율 100%) 발전과 달리 천연가스 비율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클린에너지의 명분을 포기하고 비용절감이라는 실리를 선택한 것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 딜레마다. 고베수소발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와사키(川崎)중공업 관계자는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연료를 많이 구입하는 상황이 되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수소연료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베=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