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29 21:30:00
기사수정 2018-10-29 21:29:58
올해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가 세계적 화두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주제로 ‘플라스틱 오염 퇴치’를 선정했고,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사실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건강 문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의 학술적 이름)에 대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강력한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언급되고 있는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첨가물질로, 장기간 노출되면 생식기능이나 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식기계 기형이 발생하고, 주의력결핍장애 등의 신경계 이상, 면역계 이상이 생기며, 아토피 등 알레르기질환의 발생을 높인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에 아주 드물게 보았던 성조숙증, 남성 생식기 기형이 최근에는 병원에 전문 클리닉이 생길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되었는데 환경호르몬 등의 유해물질 노출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탈레이트 이외에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내분비계교란물질로 비스페놀A가 있다.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는 단단하고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젖병과 안경 렌즈, 물병 등에 사용되는데 비스페놀A가 첨가되어 있다. 비스페놀A는 불임과 생식에 가장 영향을 주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에는 제품에 따라 납, 카드뮴, 크롬 등의 중금속이 들어간다. 신경계, 조혈계, 신장계통 등 다양한 부위에 영향을 주며, 어린이에 대한 납 노출은 매년 60만명의 지각장애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은 폐기 과정(연소)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데 바로 유명한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한다. 다이옥신은 납, 카드뮴과 함께 WHO에서 정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10가지 화학물질 중 하나이다.
서울시가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에 도전한다고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고, 플라스틱 재활용도 7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조치이고 반드시 실행하여야 할 조치이다. 여기에 의학계 입장에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점은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정책에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문제를 고려한 정책이 보다 강화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플라스틱은 우리의 미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어린이는 유해화학물질 독성에 매우 취약하고, 그 피해는 사회생활을 가장 열심히 하는 30, 40대에 크게 나타나게 된다. 이에 미래 우리 사회의 기둥이 되는 어린이에게 플라스틱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 역시 서울시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 등을 비롯한 관계당국의 책무이다.
먼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프탈레이트가 최고 70%나 들어있는 지우개를 퇴출하고, 비스페놀A가 도포된 플라스틱 용기 역시 바꾸는 일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학부모나 교사 개개인이 바꿀 수는 없는 문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교구 구매가 가능하도록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친환경 학습교구 지원센터(가칭)’ 등 설립을 통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플라스틱 없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시민의 건강과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관계당국의 선도적인 행보를 기대해 본다.
임상혁 녹색병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