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씩 배상”

재상고심서 확정 판결/“책임 부정 日 판결 효력 없어/ 청구권협정에도 적용 안돼”/ 日, 한국대사 초치 강력 반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피해자들 승소로 결론 지어졌다. 대법원은 그동안 일본 법원이 부인해온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피해자들이 2005년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낸 지 13년 만이다. 이번 판결로 향후 징용 피해자들의 유사 소송이 국내에서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강경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피해자들이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13년 만의 승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승소 판결이 최종 확정된 30일 대법원 청사 현관에서 소송 청구자 4명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이춘식(94)옹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의 배상 책임을 부정한 일본 판결은 국내에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고 전제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 헌법 가치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으로 행진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이는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일철주금은 구 신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다른 회사이고 소멸시효가 끝나 배상 책임이 없다는 일본 측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국민 정부입장 발표문’을 내고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며 대법원 판결과 관련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 결과에 강력히 반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국제법에 비춰 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대법 판결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법원 판결에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진영 기자, 도쿄=김청중 특파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