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0-31 18:32:39
기사수정 2018-10-31 18:32:39
행정명령 서명 강행 땐 취득 불가능 / 언론들 “위헌”… 선거 전략용 분석도
미국 중간선거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폐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서명 방침을 전격 천명하자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국적법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대통령의 발언에 반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낳은 아이가 아니면 시민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키웠다. 그가 행정명령 서명을 밀어붙일 경우 오랜 시일이 걸릴 연방대법원의 결정과는 별개로 향후 시민권 취득을 노린 외국인의 미국 원정출산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인터넷 정치매체 액시오스와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폐지’ 발언이 알려진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출생시민권 권리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폐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안은 법적 합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수정헌법 14조 1절에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으로 귀화한 모든 사람은 시민권자’로 규정된 ‘권리’는 대통령의 행정명령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학자들도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수정헌법 1절 뒷부분은 아예 “어떤 주도 미국 시민의 특권 또는 면책 권한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거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출생시민권을 폐지하겠다는 트럼프의 제안은 위헌”이라면서 “법적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이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서명을 밀어붙일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지만 대선 후보 시절에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실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시민권 부여 강화’ 방안은 차후 민주당 등을 상대할 정치적 협상 카드로도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불법체류자 부모가 미국에서 낳은 신생아(앵커 베이비)는 27만5000명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1년 평균 신생아 숫자인 400만명의 7%에 해당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 개정이 아닌 행정명령을 통해 자기 뜻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가 위태롭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온건파들은 강경 이민 정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