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기에서 붕어빵까지…'현금'으로만 살아봤다

지난 2일 오전 6시30분쯤.

지갑 속 1000원짜리 지폐가 낯설다.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를 보며 생각을 바꿀까 했지만, 현금만으로 하루를 살아보자고 한 번 결심했으니 오늘만은 같은 생각을 이어가기로 한다. 지폐 투입기에 1000원 두 장을 넣는다. 투입기에 지폐를 넣은 것도 아마 처음이다.

버스 기사가 버튼을 누르자 ‘쨍그랑’ 소리를 내며 동전 여러 개가 떨어진다. 어렴풋이 중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도 동전은 쓰지 않았다. 도로 가판에서 파는 10장짜리 버스표 묶음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기본 지급 수단이 됐고, 식당이나 카페를 비롯해 심지어 편의점에서 초콜릿 하나를 사더라도 망설임 없이 카드를 내민다. 지갑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쓰기 편한 게 카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6년 6월부터 7월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용카드를 보유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무려 93.3%에 달했으며 선호하는 지급 수단에서도 신용카드의 비율이 66.4%로 2위 현금(22.8%)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과의 선호도 대결에서 신용카드가 압승을 거뒀다. 세월이 흐른 만큼 신용카드 선호 비중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 건수를 기준으로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급수단은 신용카드(50.6%)며 현금(26.0%), 체크·직불카드(15.6%)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금은 2014년 37.7%였으나 26.0%로 줄었고, 신용카드는 같은 기간 34.2%에서 50.6%로 비중이 크게 증가해 사회 전반적으로 현금보다 카드를 더 많이 쓴다는 것을 알게 했다.

 

 


현금이 없어지는 사회에서 현금만으로 살기 2라운드는 지하철 타기다.

5000원으로도 1회권 발급이 가능한 줄 알았으나, 지폐를 토해낸 기계는 2~3m 옆에 떨어진 ‘동전·지폐 교환기’에서 1000원짜리로 바꿔오라고 했다. 오락실에서 100원짜리로 바꿔본 적은 있지만, 지하철역에서 지폐를 교환하기는 처음이어서 작동법을 익히느라 지하철 1대를 놓쳤다.

1회권은 이전에 썼던 버스카드와 비슷한 느낌이다. 신용카드로 쓸 때보다 1회권을 사용하면 100원을 더 내고, 보증금 500원까지 선불로 결제하니 한꺼번에 2450원이 들었다. 도착지에서 보증금 500원을 돌려받으니 공돈이 생긴 느낌이다.

기자는 시내버스를 두 번 타면서 모두 현금을 냈다. 버스마다 기계도 달라서 어떤 노선은 지하철역처럼 지폐를 자동으로 받아들이는 투입기가 있지만, 다른 노선은 투명한 통이 승객들을 맞이했다.

서울시에 최근 3년간 버스 현금승차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결과, 시내버스를 기준으로 2015년에는 1.9%였으며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6%, 1.4%로 1%대에서 비율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승객 100명 중 1명이 현금을 낸다는 뜻인데, 카드 사용 빈도가 낮은 연령대로 추정된다.

현금으로 살기 3라운드가 펼쳐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는 밥값 8000원을 치르기 위해 1만원을 내민 기자를 보고서는 업주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카드를 내밀던 손님 행렬 속에 당연히 카드일 줄 알았다면서, 방금 뽑은 현금영수증을 그는 건넸다.

 
 


국내의 한 유통업체가 세계일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9월’만을 기준으로 2013년 13.1%였던 현금결제 비율은 △11.9%(2014년) △10.1%(2015년) △9.9%(2016년) △8.6%(2017년) 그리고 올해는 7.7%로 조사됐다. 해마다 현금결제 비율이 점점 떨어졌으며, 향후 몇 년 안에는 현금결제 고객이 0%대에 접어들지도 모를 일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선 매장에서도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사고파는 게 익숙해진 지 오래”라며 “현금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 업체들도 결제 수단을 마케팅 방법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당신이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네티즌 손을 타며 널리 확산했다. 붕어빵을 사 먹으려면 잔돈이 필수라는 게 중심 내용이며 “생각해보니 그렇다” 등의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현금 없는 사회가 안겨준 소소한 웃음거리다.

교통비, 밥값 그리고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는 등 하루 일정을 소화한 동안 모두 현금을 썼다. 처음 3만원에서 시작했던 돈은 4000원 조금 넘게 남았다. 이 돈은 다음날(3일) 페이스북 게시물의 말을 따라 붕어빵 사서 동료들과 나눠 먹는 곳에 ‘탕진’했다. 나중에 현금이 없어지면 그때 가서 붕어빵은 무엇으로 사 먹게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중에 현금이 없어지면 그때 가서 붕어빵은 무엇으로 사 먹게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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