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1-07 10:45:42
기사수정 2018-11-07 17:18:39
지난 6일 인천의 한 교회의 청년부 목사가 10대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그루밍(길들이기·Grooming) 성폭력'을 저질렀다며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글이 파문이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루밍 성폭력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루밍 성폭력이란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길들이기'수법에 의한 성폭력이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청소년 단체 '탁틴내일 아동·청소년 성폭력 상담소'(이하 '탁틴내일')이 밝힌 그루밍 성폭력의 과정에 의하면 보통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진로 고민 상담 등을 이유로 상대에게 다가간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인정과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가해자는 보통 피해자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신뢰를 쌓고 상대가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든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벗어날 수 없도록 고립시키는데, 둘만 함께 있는 상황을 만들어 특별한 관계를 형성한다.
충분한 감정적 의존과 신뢰의 단계가 되면 신체접촉을 시작하게 되고, 점차 수위를 높여 성관계를 맺는 단계로 접어든다. 이런 행위들을 피해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연인 관계’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루밍을 거치며 가해자와 종속적 관계를 유지한다. 성폭행 피해가 발생하면 상대를 회유하거나 협박하며 피해 폭로를 막는 행위가 포함된다.
탁틴내일에 의하면 보통 경제적, 심리적 취약 가정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들이 '그루밍' 성폭력에 노출되어왔다.
탁틴내일이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상담 사례 78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34건(44%)가 그루밍 성폭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루밍 피해 당시 연령은 ▲14~16살이 44.1%로 가장 많았고▲11~13살은 14.7%▲6~10살도 14.7%에 달했다.
우리 형법상, 성관계에 동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미성년자 의제 강간 연령'이 만 13세다.
이 기준에 따라 폭행, 협박 등이 없었고 사전에 합의했더라도 만 13살 미만과 성관계를 했다면 성폭력으로 처벌받게 된다.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면 상대 남성을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대부분 주나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의제 강간 연령을 만 16살로 규정돼 있어 '의제 강간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있었다.
한편, 지난 6일 올라온 청원 글 피해자들은 당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수년간 그루밍 성폭행을 지속해서 당했다. 저희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 또 그 사역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 교회 담임 모사의 아들 김 모 목사가 전도사 시절부터 10년간 중고등부와 청년부 신도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이 밝힌 피해자 수는 최소 26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명이 참석했다.
피해자 측은 김 모 목사 부자의 목사직 사임과 공개 사과와 더불어 해당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교단 헌법에 성폭력 처벌 규정 명시 한 것을 요구했다.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KBS1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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