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주에서 본 ‘인도·태평양 시대’

최근 들어 인도·태평양시대의 도래와 관련한 논의가 많은 나라에서 여러 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기에 인도·태평양 전략 또는 구상, 지역협력이란 다양한 이름으로 논의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개념의 안보·전략적인 의미가 크게 부각된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경제적 기회 창출을 위한 지역협력의 필요성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대서양시대에서 아시아·태평양시대를 거쳐 잠시 동아시아시대라는 용어가 회자됐다가 이제는 인도·태평양시대가 거론되듯이, 역사적으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 세계적 경제 중심의 축이 서에서 동으로 점차 이동해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태평양 연안과 연계된 인도양 연안이란 아주 넓은 지역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살고 전 세계 총생산량의 50% 정도가 창출될 것이다.
이백순 주호주 대사

아직까지는 인도양과 태평양 연안국가 간에 교역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지역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양 대양의 연안국가 간의 교역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중국을 떠나는 우리 기업이 미얀마, 인도 등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 경우 한국과 이 지역 간의 교역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여러 나라 중 호주는 인도·태평양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잘하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호주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양쪽에 끼고 있으며, 이 양 대양 인근지역 국가들이 서로 연계되기 시작할 때 지리적으로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이를 매개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인도·태평양시대라는 개념 자체도 2007년쯤 호주에서 처음 창안됐는데, 이후 호주의 국방백서나 외교백서에서 이 개념들이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전파돼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주는 과거에도 아시아·태평양시대가 도래하던 1980년대 말 아·태 경제협력체(APEC) 구상을 처음 주창하면서 APEC 설립을 우리나라와 함께 주도했고 동아시아시대라는 개념도 처음 주창해 지금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출범하는 데도 기여한 전력이 있다. 현재에도 호주는 환인도양 연합(IORA) 출범에 산파역할을 하고 현재 이 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나가고 있다.

사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양 대양 간에 경계가 있을 리 없고 이 두 대양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므로 앞으로 두 대양에 인접한 국가 간에 교역과 물류, 에너지가 자유롭게 흐르면서 서로간의 경제발전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지역경제 협력이란 관점에서 보면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개방성과 포용성이 전제돼야 하고, 따라서 이 개념이 어느 국가 참여를 배제하거나 어느 국가에 대항하는 것으로 부각돼서는 안 될 것이다.

2017년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하고 미·일·호·인 4개국 안보대화(Quad 2.0)가 재개되면서 인도·태평양 개념의 전략적·안보적 측면이 부각된 면이 있지만, 호주도 이 개념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닌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개념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도래할 인도·태평양시대에 대비해 호주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구상과 우리의 신남방정책 간의 접점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과거 APEC, G20(주요 20개국) 설립 경험을 토대로 한국과 호주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협력을 강화해 가면서 인도·태평양시대의 도래를 같이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백순 주호주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