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1-16 14:16:24
기사수정 2018-11-16 14:16:24
'드루킹 댓글 조작' 김경수 경남지사 2차 공판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고를 했다고 들었다.”(드루킹 측근 양모씨)
“사실이 아니다. 추후 재판에서 그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다.”(김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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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재판이 초반부터 ‘진실게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드루킹 측근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 관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입장인 반면 김 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했다. 분명히 둘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법원의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진실성에 치명타를 입게 됨은 물론 무거운 형사처벌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특검 대 드루킹, 재판 초반부터 '진실게임' 양상
김 지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하며 “지난해 대선 전 문 대통령에게 드루킹 일당에 대해 보고를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이어 “추후 재판에서 그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재판의)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관련 증거 등이 이미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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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김동원씨(구속)가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앞서 드루킹 측근 양씨는 지난달 29일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드루킹 관련 보고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선을 4개월가량 앞둔 지난해 1월 김 지사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세 번째로 찾았을 때 경공모 회원 약 10명과 미팅을 했고, 그 자리에서 “문 후보에게 드루킹과 경공모 관련 보고를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양씨는 “김 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경공모 거사에 방해가 있으면 자신이 책임지고 방어해주겠다고 했느냐”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신문에도 “기억에 있다”고 똑똑히 답했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양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드루킹이 구치소에서 작성한 노트를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며 “드루킹 지시에 따라 공범들이 허위 진술한 내용이 특검 조사 때도 일부 확인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드루킹 측근들, "김경수 킹크랩 허락" 한목소리
이날 2차 공판에는 드루킹 지시로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개발한 드루킹의 또다른 측근 우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둘리’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우씨는 “2016년 11월 김 지사가 경기 파주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드루킹 지시로 김 지사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증언했다.
우씨에 따르면 당시 김 지사는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우씨는 휴대폰을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고영태씨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클릭하는 형태로 킹크랩을 시연해보였다고 한다. 우씨는 특검팀의 거듭된 신문에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해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인 걸 기억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파주 사무실을 다녀간 직후인 2016년 11월 킹크랩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이듬해 있을 대선에서 문 후보 당선을 도울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 특검팀 판단이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우씨는 “드루킹이 ‘김 지사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킹크랩을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