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되는데 모바일은 안돼서’…스마트폰에 쏠린 한국 게임

“PC 게임은 안되고 모바일 게임은 되잖아요.”

지스타 2018에서 공개된 국내 게임업체의 신작이 모바일에만 쏠려있는 것 같다는 의견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국내 게임사들은 규제를 피해 모바일에 역량을 모은 사이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모바일 게임 이용시간이 늘어날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의 높은 의존도는 결국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지스타 2018에서 국내 게임업체들은 모바일 게임 홍보에 열을 올렸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과 ‘크레이지아케이드 모바일’ 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2’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등 새롭게 출시할 스마트폰 게임 네 작품으로 부스를 채웠다. 

엔젤게임즈의 ‘히어로 칸타레’나 슈퍼플레닛의 ‘그린스킨’과 ‘열렙전사’ 등 중소 게임사들도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했다.

왜 PC 게임은 사라졌을까? 업계는 PC게임이 아닌 모바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호소한다.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게임 중독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일명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로 청소년들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PC 게임을 할 수 없다. 성인들도 월 50만원 이상 PC 게임 결제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규제도 생겼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규제로부터 벗어난다. 청소년들은 시간에 신경 쓰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성인들 역시 과금 한도에 구애받지 않는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계 기업인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는 손대지 못하니 국내 시장, 특히 PC게임을 규제하는 것”이라며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PC게임에만 유독 엄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게임시장의 흐름이 변한 것은 다행스럽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인 앱애니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 세계 12개 나라 중 우리나라와 브라질, 인도를 제외한 9개 나라의 모바일 게임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상반기 일본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일평균 모바일 게임 소비시간은 69분에서 올해 상반기 75분으로 늘어났다. 홍콩 역시 56분에서 71분으로 길어졌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독일, 호주, 대만,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나라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 타임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성능이 PC를 뛰어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모바일 중심으로 게임이 개발되다 보면 외국 업체와 기술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외국 업체들은 PC는 물론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작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터치를 활용한 단순 플레이 방식이 적용된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다양성과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었던 분야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반도체와 게임뿐”이라며 “합리적인 규제로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산=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