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벤투號 원톱 경쟁 … 석현준, 눈도장 찍어라

축구대표팀, 20일 우즈베크와 평가전 ‘몸’ 되고 ‘기술’ 되는 원톱 스트라이커. 2010년대 들어 이동국(전북)-박주영(FC서울) 정도를 빼고 최전방에서 확실한 해결사가 드물었던 한국 축구의 현주소에선 더욱 찾기 힘든 유형의 선수였다. 그런 만큼 제공권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가 벤투호에 합류한다면 상대팀이 예상하지 못한 ‘히든카드’로 판을 흔들 수 있다.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 호주 퀸즐랜드 스포츠앤드애슬레틱스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올해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이 경기서 패하지 않으면 벤투 감독은 데뷔전 이래 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조 본프레레(네덜란드·5경기 3승2무) 전 감독을 제치고 최다 무패 신기록을 쓴다. 그러나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모의고사인 만큼 승리보다는 ‘실험’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이날 원톱 주전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서있는 황의조(26·감바 오사카)보다 추격자 입장인 석현준(27·랭스)을 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190㎝의 호방한 장신에다 드리블 능력까지 갖춘 석현준의 애칭은 ‘석라탄’이다. 그는 19세이던 2010년 네덜란드 명문 구단 아약스에 입단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역시 아약스에서 뛰었던 스웨덴의 꺽다리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 갤럭시)와 비교될 정도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후 무려 11차례나 팀을 옮겨 다니는 ‘저니맨’ 생활을 한 탓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 지난 10월 약 2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그는 “조바심을 내진 않는다. 하지만 어렵게 다시 입은 태극마크 유니폼을 벗고 싶지 않다”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의조와 지동원(27·아우크스부르크) 등 원톱 자원이 넘치는 대표팀 사정을 고려하면 우즈베키스탄과의 일전은 석현준이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제공권이 강점인 원톱 공격수 석현준(가운데)이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서 상대 수비수와 공중 볼을 다투고 있다.
브리즈번=연합뉴스
FIFA 랭킹에서 한국(53위)이 우즈베키스탄(94위)에 앞서고, 상대 전적도 10승4무1패로 우위에 있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출신 엑토르 쿠페르 감독을 영입한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 축구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이집트를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쿠페르 감독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중시한다.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과감히 맞서는 석현준의 진가가 드러날 차례다. 석현준은 볼 경합뿐만 아니라 타점 높은 헤딩 슈팅을 따내는 데도 능해 득점포가 기대된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에 대비해 내년 1월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추진 중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