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號 6게임 무패 신기록… 亞 정벌 자신감 챙겼다

우즈베키스탄 평가전 4-0 대승 / 황의조·남태희 등 골잔치 벌여 / 베스트멤버 없이도 경기 지배 / 벤투, 데뷔 감독 최다연속 무패 지난 8월 부임후 한국축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킨 파울루 벤투 감독은 매번 경기 때마다 강조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경기를 지배하고 콘트롤하라”는 것이다.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지배하는 축구’가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의 그라운드에서 마침내 완벽하게 구현이 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으로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4-0 완승을 거뒀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1월 23세 이하(U-23)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4강에서 한국을 꺾은 뒤 우승까지 차지하며 아시아 축구의 신흥 다크호스로 떠오른 팀. 한국은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도 우즈베키스탄과 혈전 끝에 4-3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이 두 대회 주축멤버들을 중심으로 나선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 한국으로서도 결코 만만히 볼 수는 없는 상대였다.
‘갓의조’의 슈팅 황의조(왼쪽)가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에서 펼쳐진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슈팅을 하고 있다.
브리즈번=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이런 우즈베키스탄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경기 내내 공뿐만 아니라 공이 가야할 공간까지 미리 점유하며 무려 12개의 유효슈팅을 쏟아내는 등 상대를 찍어눌렀다. 숨막힐 듯 이어지는 한국의 공격에 우즈베키스탄은 힘없는 4개의 슈팅만을 하는 데에 그쳤다.

이런 공세는 고스란히 골로 이어졌다. 첫 골은 남태희(27·알두하일)가 터뜨렸다. 전반 9분 속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이용(32·전북)이 올린 크로스를 왼쪽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들며 왼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24분에는 한국대표팀의 간판 골잡이로 떠오르고 있는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찬스를 놓치지 않고 득점을 냈다.

후반에는 ‘조커’로 나선 선수들이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반 25분 부상으로 빠진 남태희를 대신해 들어간 문선민(26·인천)이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지역 아크 바깥으로 흘러나온 볼을 멋진 중거리슛으로 골로 만들었다. 후반 37분에는 황의조 대신 경기장에 나선 석현준(27·랭스)까지 쐐기골을 만들었다. 이처럼 90분 내내 한국 선수들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원하는 모든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를 휘저었다.

고무적인 것은 베스트멤버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임에도 이 같은 경기력이 나왔다는 점이다. 핵심멤버가 대거 빠졌던 사흘 전 호주전과 비교해서도 5명이나 라인업에 새로 이름을 올렸지만 앞선 다섯 번의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경기 스타일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구현해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아시안 컵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면서도 전술적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셈이다. 여기에 A매치 6경기 연속 무패(3승3무)로 1997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 시행 이후 데뷔 감독의 최다 연속 경기 무패 신기록까지 세우며 자신감까지 충전했다.

부담스러운 원정평가전을 1승1무로 마친 벤투호는 이제 본격적인 아시안컵 준비에 돌입한다. 다음달 15일쯤 국내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조기 소집한 뒤 국내 훈련을 거쳐 22일 아시안컵 장소인 UAE로 출국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내년 새해 첫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마지막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