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1-24 14:02:00
기사수정 2018-11-24 13:39:17
65세 이상 ‘나홀로 거주’ 592만명/10여년 전 한국 경로당 벤치마킹/취미 공유는 물론 일손 품앗이도
한국에서 살롱문화가 20∼30대를 주축으로 확산하고 있다면 고령사회 일본은 노년층이 중심이 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시니어 살롱’이 주목받고 있다.
23일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독거노인만 592만여명이다. 2025년에는 700만명을 넘고 2035년에는 762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고령세대 4가구 중 1곳은 배우자나 자식 등 가족 없이 노인 혼자 사는 집이 될 거란 얘기다.
일본의 시니어 살롱은 노인 인구가 많은 지방에서 더 활발하다. 보통 가까이 사는 5∼10여 가구가 모여 살롱을 연다. 서로의 집을 돌아다니거나 구청 사무실, 빈 사무실 등을 빌리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점은 한국의 살롱문화와 비슷하다. 이들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한다. 홀로 사는 노인 집에 일손이 필요한 경우 살롱 단위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품앗이 문화를 연상케 하는데, 실제 일본의 시니어 살롱은 한국에서 영향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후 문화를 연구해 왔다. 그중 하나가 한국의 경로당 문화였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1인 노인 인구 증가에 대비해 경로당 문화를 적극 벤치마킹했다. 현재도 일본 지자체들은 살롱 공간을 대여해 주는 등 시니어 살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살롱문화를 권장하는 것은 노인 1인가구의 증가로 병치레나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노인의 고독사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일본의 고독사 건수는 1만7433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5%에 달했다.
시니어 살롱은 고독사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일본 지바현 마쓰도시에서는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니어 살롱을 추진했다. 마쓰도시 거주 노인들 간의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살롱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마쓰도시의 50세 이상 고독사는 2003년 90명에서 2006년 72명으로 20% 감소했다.
시니어 살롱은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노인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신체활동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노인들이 살롱에 모이는 건 일종의 사회 참여이기도 하다. 외출이 잦을수록 거울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옷매무새도 신경쓰게 되는데, 이것이 치매 예방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