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1-26 21:10:00
기사수정 2018-11-26 21:02:34
2018년도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간의 속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다. 새로운 학년 혹은 진학을 준비하는 자녀와 부모의 마음도 함께 바빠진다. 학생 수에 반비례하며 갈수록 커지고 있는 사교육 시장이 이들의 불안감을 대변한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년 연속 상승세를 거듭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가하는 사교육이 과연 4차 산업혁명으로 완전히 달라질 현실을 살아가야 할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7세 이하 어린이 10명 중 6명 이상이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인 분위기다. 혁신에 대한 우리나라의 포용력은 최근 WEF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중 ‘혁신적·비판적 사고’ 부문에서 유독 낙제점을 받으며 민낯을 드러냈다. 혁신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조성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판적 사고 교육’ 부문에서 140개 국가 중 90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24위, 싱가포르와 인도가 각각 21위와 17위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90위권에는 짐바브웨, 조지아, 튀니지 등이 위치했다.
이제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인식을 바꿔야 할 차례다. “낡은 지도만 따라가노라면 신대륙을 볼 수 없다”는 콜럼버스의 명언은 5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이들의 사고를 정해진 틀 안에 가둬서는 안 된다. 교육 역시 암기 위주의 주입식 지식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창의 교육’으로의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 에디슨이 말했던 99%의 노력은 상당 부분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는 1%의 영감은 중요성을 더하며 더욱더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창의와 발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중요하다. 애플을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세상에 내놓은 제임스 다이슨, 에어컨을 탄생시킨 윌리스 캐리어 등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많은 기업가의 공통점이 바로 ‘발명가’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이들이 탄생한 나라가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집중 배출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에는 7500만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1억3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한다. 골든타임은 이미 시작됐다. 적응이 늦을수록 기회는 줄어들고 위기의 심각성은 커질 것이다. 파괴적인 혁신기술이 앞으로 3년 내에 산업생태계는 물론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고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 과감히 올라탈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절실한 때다.
이준석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