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1-27 16:29:55
기사수정 2018-11-27 16:29:55
전북 무주에서 6세기 초 무렵 신라의 전북 진출(서진·西進)과 가야와의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는 신라계 무덤이 무더기로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주군과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는 무주군 무주읍 대차리 일대 고분군에서 5∼6세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계 석관묘(石槨墓) 9기와 가야계 석곽묘 2기를 처음 찾아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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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 대차리 고분군 석관묘에서 발굴된 가야계 토기류.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 제공 |
전북가야 문화유산 연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총 11기의 석곽묘(돌덧널무덤)를 발굴했다.
이 중 9기는 깬돌(割石)로 벽체를 조성하고 바닥에는 잔돌(小石)로 시상대(무덤 안에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바닥에 마련한 대(臺) 시설)를 깐 형태였다. 나머지 2기는 강돌(川石)로 벽체를 축조하고 바닥에 시상대가 없는 상태였다. 깬돌 석곽묘는 긴 축이 등고선과 평행한 반면 강돌 석곽묘는 등고선과 직교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곽장근 가야문화연구소장은 “깬돌과 잔돌로 조성한 무덤은 충북 옥천 금구리와 경북 상주 헌신동, 병성동, 전북 남원 봉대리에서도 확인됐는데, 신라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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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 대차리 고분군에서 나온 신라계 할석 석곽묘. 군산대 가야문화연구소 제공 |
이 무덤 내부에서는 대부장경호(굽달린 목이 긴 항아리)와 단경호(목이 짧은 항아리), 개(뚜껑), 고배(굽 달린 접시) 등 신라토기 38점이 대거 출토됐다. 또 밀집파상문이 장식된 가야토기와 철겸(쇠낫), 철도자(쇠손칼), 철촉(화살촉), 금동이식(금동귀걸이) 등도 나왔다. 이 같은 신라토기는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조사된 유적 중 가장 많은 수량이다.
반면 강돌 벽체와 시상대가 없는 석곽묘는 장수지역 가야계 석곽묘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무덤은 도굴 등 훼손 흔적으로 잔존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데다 유물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축조 방법·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곽 소장은 “신라계 석관묘는 6세기 초 전후시기에 조성됐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신라의 서진 시기를 6세기 중반으로 보는 학계 견해보다 이른 시점일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전북지역 신라의 진출 과정과 가야, 신라의 역학관계를 밝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주=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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