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지노 대형화 통해 경쟁력 강화 시급”

전문가들 ‘스몰 카지노’ 우려 목소리/2024년 日 복합리조트 개장 앞둬/ 770만명 이탈·2조여원 유출 전망/ 해외선 산업 인식 규모 확장 불구/
제주지역 대부분 소규모 운영 한계/“확장 땐 일자리 창출 등 기여할 것”
2024년 일본 카지노복합리조트(IR)가 문을 열면 제주도 ‘스몰 카지노’는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2017년 매출은 약 1조1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줄었다.

카지노협회 관계자는 “올해 제주도 랜딩카지노가 상반기 반짝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가 진행되면서 언제 카지노업계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국카지노관광협회가 개최한 ‘일본 카지노 도입에 따른 국내 카지노 산업 및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 연구용역’ 발표회에서 “일본 카지노 합법화로 내외국인 총 770만명(내국인 약 760만명, 외국인 약 7만5000명) 정도가 이탈해 연간 2조7600억원이 일본으로 유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카지노는 17개가 운영 중이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강원랜드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개 중 제주에만 8개가 있다. 카지노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규모를 확장한 나라들과 달리, 제주 카지노 영업장은 대부분 소규모다. 소규모 카지노들이 고객 유치경쟁을 하다 보니 일부 카지노는 ‘불법·탈세 온상’이란 오명을 받아왔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제주 카지노산업’을 주제로 한 2018 제주 국제카지노정책포럼이 지난 15일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5∼16일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제주 카지노 산업’을 주제로 한 제주 국제카지노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복합리조트로 대형화하고 싱가포르 같은 엄격한 감독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대한 적절한 규제, 대형화로 변화 모색, 부정적 인식에 대한 공론화 과정, 산업 비전에 대한 공감대 등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제주의 경우 카지노 적자가 계속되는 데다 외국인 전용이어서 규모 확장을 통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카지노와 리조트를 결합한 IR를 도입한 싱가포르는 지난해 카지노 고객별 매출에서 VIP 마켓 매출이 18억3400만달러(약 2조735억원)로 나타나 전년 대비 30.6% 성장률을 기록했다. 관광객도 덩달아 증가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는 1742만2990명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에 오는 카지노 관광객 250만명 중 대다수가 중국인과 일본인이다. 일본에 카지노복합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국내 카지노에도 변화가 분명히 올 것”이라며 “현재의 소규모 카지노 형태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복합리조트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수 확대에 기여한다”며 “제주는 준비된 관광지이기 때문에 복합리조트 형태로 간다면 싱가포르,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희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는 “일본에 카지노복합리조트가 문을 열면 제주는 일본과 인천 중간에서 싸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인천은 영종도에 지난해 개장한 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에 이어 2022년 개장을 목표로 미국 카지노업체인 MGE가 6조원을 투자해 외국인전용 카지노와 테마파크공연장, 컨벤션센터 등을 조성한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교수는 “국내에서는 카지노를 ‘도박’으로만 여기지만 세계는 카지노를 산업으로 보고 육성한다”며 “제주 카지노산업이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는데 늘 욕만 먹는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카지노산업은 관광산업에서 가장 고부가가치를 내는 산업이다. 정부나 지자체, 시민단체에서도 그런 순기능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스 알사고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수석부사장은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에 카지노를 도입했음에도 철저한 관리 프로그램 운영으로 범죄가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했다.

제주=글·사진 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