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라 된 삿포로, 한국에 손짓 [특파원+]

지난 21일 방문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전날 살짝 눈이 왔지만 눈이 쌓일 정도로는 이날이 처음이어서 사실상 첫눈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도착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 눈이 내리고 있다.
지난 9월6일 규모 7.3의 이부리(膽振) 지방 강진에 삿포로시의 경우 1명이 사망하고 주택 84채가 완전히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보았으나 현재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완전히 복구된 상태다. 문제는 지진 여파로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2∼3일간 단전·단수 사태가 발생하면서 관광객이 불편을 겪은 사실이 알려져 ‘관광 삿포로’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 국내외 미디어에 이틀간 폐쇄된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에 발이 묶인 관광객이나 삿포로 도심에서 지진 정보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이 보도됐다.

9월 말 숙박을 취소한 내외국인 숫자는 홋카이도 전체에서 114만명, 삿포로에서만 36만명에 달했다. 시의 관광 손실액은 188억엔(약 1880억원)으로 추산된다. 삿포로시는 지진 여파로 2026년 대회를 목표로 했던 동계올림픽 유치도 2030년 대회로 연기해야 했다.

현재 지진 후폭풍이 가라앉으면서 외국인 관광도 회복세다. 신치토세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9월 18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37%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엔 24만8000명으로 90.7% 수준으로 돌아왔다.

삿포로 관광이 차츰 활기 찾는 가운데서도 한국 관광객 증가는 주춤한 상태다. 한국 관광객의 경우 지난해 57만1824명이 삿포로를 방문해 중국(61만936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시카와 메이(石川芽衣) 삿포로시 관광유치담당과장은 “저비용항공사(LCC) 항공편 증가 덕분에 한국은 재작년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는데, 올해의 경우 지진 발생 후 한국 관광객 숫자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11월∼내년 1월 한국에 대한 관광 프로모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과 21일 한국 지상파 방송 정보 프로그램에 삿포로 특집이 방송됐으며, 시는 케이블방송과도 방송을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홍보를 위해 삿포로 시메 파르페(Sime parfait)가 소개됐다. 일본에서 ‘시메’는 마무리를 뜻한다. 시메 파르페는 회식 등 술을 마신 뒤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 등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서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삿포로에서는 10년전부터 시메 파르페 문화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인스타그램 인증'열풍에 힘입어 홋카이도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독특한 식문화는 2015년 9월 삿포로파르페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진 뒤부터 확산했다. 시메파르페를 삿포로만의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소자키 치에미(磯崎智惠美) 프로듀서가 스스키노(薄野) 지역 파르페 가게 9곳과 연대해 추진위를 만들었으며 현재는 25곳이 참가하고 있다. 이소자키 프로듀서는 “미디어 프레스를 통해 시메 파르페가 알려진 뒤 2시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행렬이 생기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놀랄 정도로 인기가 확산했다”며 “현재는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 외에도 청주나 야채를 식재로로 쓰는 가게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소자키 치에미(磯崎智惠美) 프로듀서가 21일 삿포로의 시메 파르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회식 등에서 술을 마신 뒤 아이스크림이나 파르페와 같은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서 마무리(시메)하는 시메 파르페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발생한 홋카이도(北海道) 이부리(膽振) 지방 지진으로 관광객이 2주 정도 감소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다. 한국 등 외국인 방문객 회복세는 약간 더딘 듯하다.” 삿포로의 해산물 시장이자 관광명소인 니조(二條)시장에서 만난 사사키 가즈오(佐佐木一夫) 상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말했다. 삿포로에 첫눈이 내린 지난 21일 방문한 시장은 일본인 관광객과 함께 한국, 대만에서 온 관광객이 초밥을 먹거나 특산품인 게를 사기 위해 가격을 묻는 등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사시키 이사장은 “지진 후 이틀 정도 정전이 발생했지만 회복돼 손실이 크지는 않았다”며 “현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외국인도 안심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삿포로의 해산물 시장이자 관광명소인 니조(二條)시장에서 만난 사사키 가즈오(佐佐木一夫) 상업협동조합 이사장이 특산물인 게를 들어보이고 있다.

밤에는 모이와야마(藻岩山) 전망대를 방문했다. 삿포로의 야경(夜景)은 일본 3대 야경이라고 한다. 모이와야마는 삿포로의 거의 중앙에 위치한 높이 531m의 산으로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삿포로 관광포스트의 하나다. 2015년에 이어 2018년에 전국 4500명의 야경감상사(夜景 鑑賞士)투표로 일본 3대 야경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지난 21일 삿포로 중심 모이와야마(藻岩山) 전망대에서 바라본 삿포로 도심. 삿포로 야경은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라고 한다.
22일에는 삿포로를 대표하는 선물용 과자인 ‘시로이 고이비토’를 생산하는 이시야(石屋)제과를 방문했다. 이시미즈 하지메(石水創) 사장은 “9월에는 지진 영향으로 홋카이도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판매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10월 들어서는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36세의 이시미즈 사장은 창업 3대째를 맞고 있다. 선친 때인 1995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제작 공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공장을 만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간 75만명의 유료 관광객이 방문하고 무료 관람을 포함하면 연 10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관광객의 절반은 외국인이다. 현재는 리모델링이 진행돼 일부만 공개되고 내년 7월 전면 재개장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삿포로를 대표하는 선물용 과자인 ‘시로이 고이비토’를 생산하는 이시야(石屋)제과 이시미즈 하지메(石水創) 사장이 22일 시로이 고이비토 파크에서 경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삿포로 중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조잔케이(定山溪)온천을 방문했다. 연간 160만명이 방문하는 온전치라고 한다. 지진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숙박 예약 취소가 있었지만 조잔케이관광협회가 숙박자에게 1박당 2000엔(약 2만원)분의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하면서 관광객이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눈을 보면서 족욕(足浴)을 하는게 큰 인기라고 한다. 마침 방문한 날에도 눈이 내려 중국, 대만 매체 기자들이 직접 족욕을 체험하기도 했다.

야마다 히데키(山田秀明) 조잔케이관광협회 사무국장은 “방문객은 외국인 20%, 홋카이도 도민(道民) 60%, 도외(道外) 일본인 20%로 외국인 중에는 한국인 43%, 대만 19%, 중국 15%, 홍콩 3%순으로 방문하고 있다”며 “(지진 발생 후인) 9, 10월에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11, 12월부터는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삿포로 중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조잔케이(定山溪)온천 전경.

야마다 히데키(山田秀明) 조잔케이관광협회 사무국장이 22일 족욕장의 수온을 재보고 있다.
지진 복구 완료를 선언한 삿포로시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근본적인 인프라 개선을 위해 재해 피난소에서의 외국어 홍보 강화, 삿포로역 등 주요 교통거점에서 신치토세공항 교통정보 제공, 단전 시 스마트폰 충전·와이파이 제공 시설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키모토 가쓰히로( 秋元克廣) 삿포로시장은 “지진 발생 기간 외국인 관광객이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관광객으로 대상으로 정보 발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삿포로시는 22일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점등식을 갖고 화려한 조명 축제에 들어갔다. 삿포로 일루미네이션은 삿포로 6곳에서 최장 내년 3월14일까지 진행된다. 2월1∼12일에는 삿포로 눈 축제(스노 페스티벌)도 열린다.
아키모토 가쓰히로( 秋元克廣) 삿포로시장이 22일 관광객 유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2일 삿포로에서는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점등식을 열렸다. 오도리(大通) 등 삿포로 4곳에서 진행되는 일루미네이션은 최장 내년 3월14일까지 열린다.
삿포로=글·사진·영상 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