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은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를 포함한 모든 임산부를 위하여 비워두시기 바랍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소 2번씩은 듣게 되는 임산부 배려석 안내 방송. 이 방송이 무색해질 만큼 황당한 경험을 한 만삭 임산부가 있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6주 차 임산부 A씨의 글이 게재됐다.
A씨는 이날 점심 맛있는 것을 사줄테니 시댁으로 오라는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A씨에 따르면 시댁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 만삭 임산부로서 부담스러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A씨는 주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할 정도로 배가 커진 상태. A씨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하자 시어머니는 "돈 아깝게 택시는 왜 타냐"며 본인이 A씨 집 근처로 오겠다고 말했다.
A씨는 실례를 무릅쓰고 동네에서 괜찮은 소고깃집으로 안내하려 마음먹었다.
그런데 A씨 집에 도착한 시어머니는 대뜸 A씨 남편의 회사 근처로 식당을 바꿨다고 통보했다. A씨 남편의 회사는 버스로 약 10분, 택시로 2분 정도 걸리는 거리.
A씨는 조심스럽게 택시 이용을 제안했지만, 시어머니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두 사람은 퇴근길 만원 버스에 올랐다.
흔들림이 큰 버스에 탄 A씨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모습을 봤는지 임산부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자리를 양보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앉으려던 그때, A씨의 시어머니가 얼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시어머니를 보며 A씨는 "시어머니가 아무리 연장자이시긴 하지만 만삭의 며느리를 굳이 택시도 마다하고 버스 태워놓고 임산부석까지 뺏어 앉으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어쩔수 없이 A씨는 버스 손잡이에 의지한 채 계속 서 있었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뒤쪽에서 한 아주머니가 "새댁, 새댁, 아기 엄마, 여기 와서 앉아"라며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A씨는 친정 엄마와 동년배인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를 보니 더욱 서러움이 폭발했다. A씨는 북받치는 감정에 감사하다 말도 못 하고 고개로만 꾸벅 인사했다.
이후 남편을 만난 A씨는 "왜 버스 탔어? 힘들 텐데. 조심조심 내려"하고 부축해주는 남편의 말에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황당하다는 듯 "잘 와놓고 얘 왜 이러냐"며 "아이고 맞춰주기 힘들다 힘들어"라고 오히려 투덜댔다.
그 순간 A씨의 서러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곧장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처음 보는 택시 기사도 만삭 상태로 엉엉 우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상황.
A씨는 "감정 가라 앉고 한참 생각해보니 내가 사소한 거에 예민했나 싶다"며 누리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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