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칼럼] 갈길 먼 대학 국제화

국내 유학 외국인 14만명 돌파/인종 혐오발언으로 학내 갈등/불법체류 통로로 악용도 빈번/다문화 시대 맞춤 시스템 필요 학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대한민국의 세계화를 대학 캠퍼스 국제화로 느낀다. 국내에서 유학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 수가 이미 14만명을 돌파했고, 국내 유학생 수 증가 속도는 해외 유학생 수를 넘어서고 있다. 14만명은 인구당 비율로 따지면 일본·중국에서의 유학생 비율을 넘어선 숫자다. 그래도 갈 길은 멀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는 대학 국제화 성적을 외국인 교수 비율과 외국인 학생 비율로 평가한다. 외국에서 교수와 학생이 많이 찾아올 정도로 대학이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라도 국제화 최고 수준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교수 비율 30%, 외국인 학생 비율 30%대를 달성해야 한다. 국내 대부분의 학교가 10%대조차 깨지 못하고 있기에 이러한 기준은 요원하기만 하다.

급증하는 외국인 학생으로 인한 학내 갈등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인 학생은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 학생이 수업 분위기를 흐리고, 팀플(team play) 활동에서 한국 학생에게 피해를 준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일부 인기 학과에 외국인 학생이 집중적으로 몰려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온라인을 악용해 인종이나 국가 간 차별·모욕·혐오 발언으로 외국인 학우의 마음속에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
캠퍼스 국제화는 양보할 수 없는 길이고, 그 과실을 구성원 모두가 누리는 방향이다. 한국인 학생이 외국 학교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생으로 가서 겪는 여러 언어·학습·문화적 어려움을 결국 현지 학생의 도움과 친목을 통해 위로받고 극복하듯이, 외국인 학생이 국내에서 겪는 유사한 어려움과 고통을 위로할 궁극적 주체는 한국인 학생이다. 여러 국적의 학생이 서로 이해하고 도와줘 글로벌 시티즌십을 형성시켜 나가는 것은 서로가 수혜자가 되는 길이다. 구성원 모두가 글로벌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터전인 캠퍼스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은 그 자체가 새로운 가치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질서를 형성시켜 나가는 글로벌리더로서의 성숙한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대학의 국제화란 외국에서 교수와 학생이 수시로 찾아올 수 있는 글로벌 교육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교육의 혜택을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는 것이지 않은가. 특히 돈 없는 학생에겐 커다란 혜택이다. 값비싼 학비와 체류비를 내고 유학길에 오르지 않아도 국제교육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의 국제화는 경제민주화와도 통한다. 이러한 여러 혜택은 교수의 연구활동에 반영되기 마련이고, 세계시민 의식을 갖춘 학생의 졸업과 더불어 사회로 확산된다.

대학이 공격적으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다 보니, 일부 학생이 불법체류 수단으로 대학 입학이나 어학연수 과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법무부는 어학연수와 학위과정 입학을 위한 입국허가 조건으로 한국어능력을 요구할 방침을 발표했다. 어학연수 비자가 불법체류의 통로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 한다. 한류 열풍에 매료돼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데 한국어 능력을 요구한다는 발상 자체가 기괴하다. 학위과정 입학생의 경우에도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어학 등급을 요구해야 마땅한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한국어 능력 수준을 정해 입국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발상도 시대에 뒤떨어진다.

학교 시스템 혁신부터 이루어야 한다. 학교는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능력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한국 학생과의 수업과 팀플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전문적으로 학사지도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외국인 학생이 특정 학과에 지나치게 집중돼 학생 서로 간 부담이 되는 현상도 점차로 해소해나갈 수 있는 장기 계획도 필요하다. 다문화 캠퍼스에 걸맞은 캠퍼스 문화가 잘 정착하도록 다양한 국적의 학생과 교수의 자연스러운 회합과 활동을 각 단과대학 단위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불법체류율을 낮추기 위해 학생선발 과정에서의 세밀한 점검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교내 구성원의 인권 보호 및 권익 향상을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처하고, 서로를 보는 시각이 피해의식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원목 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