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03 07:00:00
기사수정 2018-12-06 15:29:59
[이슈톡톡] 조두순 출소 2년 앞으로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끔찍한 성폭행에 당시 8세 어린 나영이는 성기와 항문 80%를 잃었다. 범인 조두순은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렇게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10년, 조두순이 출소 2년을 앞두고 있다. ‘2020년 12월 13일’. 시간은 흘렀지만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국민의 공분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왜 점점 커지고 있을까.
◆60만, 20만... 계속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시민들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민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조두순의 출소를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과 관련된 청원이 2일 기준 6285건 올라와 있다. 최근 1주일간 올라온 청원만도 무려 63건이었다. 청원 63건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출소 반대’ ‘화학적 거세 요청’ ‘신상 공개’ ‘심신 미약 감형 금지’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전체 기간 중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동의를 넘은 청원도 2건이나 된다. 2017년 9월 6일 올라온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는 약 61만5000명이 동의했다. 사건을 재심해 무기징역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10월 20일 올라온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도 26만1481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사건 후) 10년이 지나 나영이가 18살이 되었다”며 “나영이가 그 10년 동안 두려움과 트라우마, 고통에 시달릴 동안 조두순이 한 일은 미안하다는 사과도, 속죄도 아닌 감옥에서 잘 먹고 잘 자면서 10년을 보낸 일밖에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저희가 나영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다. 여러분”이라며 “조두순의 출소를 막고, 나영이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여러분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기 전에 꺾여버린 나영이를 위해 모두 동의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조두순 재심 불가능... 전자발찌 부착–신상정보 공개할 것”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현 법률과 사법체계로는 조두순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해 12월 6일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조두순 재심은)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였다'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즉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청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청원 내용처럼 조두순을 무기징역으로 해 달라는 재심청구는 불가능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조두순의 출소 후 보복범죄에 대한 우려와 관련,“현재 조두순은 전자발찌라는 위치추적장치를 7년간 부착해야 하고 5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에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도 있다. 정부는 조두순이 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반드시 막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전자발찌차고도 성범죄 연 56건...조두순 사진 공유도 ‘불법’
하지만 전자발찌와 신상 공개도 실제적인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5년간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차고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은 총 271건, 연평균 56건에 달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9월 법무부로부터 ‘전자발찌 피부착자 재범현황’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재범 사건은 총 271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4년 48건, 2015년 53건, 2016년 58건, 2017년 66건 등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46건으로 나타났다.
또 신상 공개도 제한적이란 비판이 크다. 피의자의 신원 공개는 2010년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증거가 충분할 때 얼굴을 공개한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은 2008년 벌어졌다. 따라서 조두순의 얼굴은 출판물, 방송 등을 이용한 공개할 수 없다. 개인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5장 제49조)에 따라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출소 후 5년 동안 제한적으로 조두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캡처해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어길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경찰도 “조두순 출소 후가 두렵다”
경찰도 조두순 출소를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의 불안감이 커진 측면도 있다.
조두순은 당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문경연 안산 단원경찰서 강력2팀장에게 “교도소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나올 테니 그때 봅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10년이 흘렀지만 경찰들은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두순을 대면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내가 조두순을 조사한 걸 어떻게 알았느냐. 끔찍한 일이었고 두렵기도 하다. 신원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인터뷰에 응한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경사 A씨조차 “나 또한 그가 풀려나는 게 두려운 사람이다. 기사에 얼굴이 비치지 않도록 해달라”며 “이름도 가명으로 써주면 좋겠다. 추가 인터뷰도 사양하겠다. 내후년이면 나온다는데”라고 두려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치료 위해 포항교도소로 이감된 조두순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경북북부제1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조두순은 지난 7월 심리치료를 위해 포항교도소로 이감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폭력 방지를 위한 심리치료 심화과정을 위해 교도소를 옮겼다"라고 말했다. 포항교도소는 2013년부터 성폭력범 재범방지교육을 위한 교정심리치료센터를 두고 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8세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복역 중이다.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12월 13일 출소 예정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