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출산? 결국 문제는 '돈' [일상톡톡 플러스]

후대에 집값 걱정없고 경쟁없는 사회 물려주려면 저출산이 답?

우리 사회가 결혼 전에는 과도한 준비 비용을, 결혼 후에는 부모 부양과 육아에 드는 비용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승욱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의 주최로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생 정책 재구조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저출생 국민 인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소프트가 2016년 1월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급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결혼이든 출산이든 '문제는 돈'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관심 ↓…비혼 언급 ↑

특히 결혼 자체가 중요 이슈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국내 사회문제 언급량 순위를 보면 결혼은 2014년 6위, 2015년 5위, 지난해 6위 등에 머물렀다가 올해 15위로 크게 하락했다.

매년 SNS의 이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혼에 대한 관심이 하락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5년 기준으로 비혼에 대한 관심은 급증,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 보다는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결혼 연관어 순위에는 집과 아이에 대한 걱정이 빠지지 않았다. 결혼과 걱정을 함께 놓고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결혼준비'에 이어 '아이'와 '집'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산과 주거 등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출산·주거비용 부담 高高…결혼상대자에게 바라는 소득수준도 높아져

결혼준비, 결혼 후 주거 및 출산에 대한 비용 등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결혼상대자에 바라는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이 바라는 남성의 연 소득은 2014년 4700만원에서 올해 5000만~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남성이 바라는 여성의 연 소득은 2014년 3500만원에서 올해 3000만~4000만원 정도로 변화했다.

반 부사장은 "결혼이든 출산이든 '문제는 돈'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혼준비에서는 웨딩홀 등의 준비과정, 결혼생활 중에는 집과 부모님 용돈 등이 주요 걱정거리"라고 밝혔다.

출산과 육아에서는 집값과 교육비 등이 중산층에 가장 큰 부담으로 꼽혔고, 출산 후에는 '독박육아'(혼자만 하는 육아)가 부정적 키워드로 함께 언급됐다.

육아와 집안일은 당연히 엄마의 몫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반 부사장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반영해) 저출산 정책에 대한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면서 "주거 안정화와 양성평등, 경력단절 방지, 임신·출산 시 보험 적용 확대 등 다방면에서의 지원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결혼·출산 포기하는 2030대가 이기적이라고? 전문가들 "괜찮은 일자리 얻지 못해서"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이기적이어서가 아닌, 취업하기 어려운 데다 취업해도 '괜찮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그룹의 진단이 나왔다. 괜찮은 일자리는 자신의 경력개발에 도움을 주고 적정수준 이상의 급여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말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기존 저출산정책을 재구조화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구성한 민관 전문가그룹은 지난 10월25일 '저출산 미래 비전(안)'에서 이런 진단을 제시했다.

전문가그룹에는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혜영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에 따르면 결혼(사실혼 포함)은 출산율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 결혼해서 독립된 생계를 꾸리고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려면 먼저 취업부터 해야 한다.

취업을 못 하면 연쇄적으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이후 생애주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전문가그룹은 "2030대 사이에 취업의 어려움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N포세대'라는 말에 잘 녹아있다. 'N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이 용어는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에서 시작해서 오포세대(집과 경력도 포기)를 거쳐 칠포세대(희망과 인간관계도 포기)로 확장하는 추세다.

◆"여성 독박육아, 경력단절 등 성차별 해소해야"

양적, 질적으로 심각한 청년실업의 현실은 통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 청년실업률은 2008년 7.4%에서 2011년 8.7%, 2014년 10.2%, 2017년 11.3%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20대 남성 고용률은 1980년 80%를 넘어섰지만 2000년 66.3%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60% 이하 수준으로까지 하락했다.

이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학업을 연장하거나, 구직을 반복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그룹은 이렇게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뿐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비정규직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경력개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거나 한계가 있는 데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수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030대가 이런 비정규직 신분으로 설령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소득수준이 낮아 결혼과 출산이라는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문가그룹은 강조했다.

이렇게 취업난으로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시기도 늦춰지고, 그러면서 낳고 싶은 자녀 수만큼 낳지 못하는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제 1996년 26.7세였던 여성의 첫아이 출산연령은 2016년 31.4세로 올라갔다.

전문가그룹은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려면 결국 안정된 취업활동과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돌봄 부담과 교육비용을 분담해주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해 객관적 삶의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 평등 실현을 통해 여성의 독박육아, 경력단절로 대표되는 성차별을 해소해 주관적 만족도(행복)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세계 최장의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문가그룹은 조언했다.

저출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시민은 "현재 5060대인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아이를 낳은 게 도덕적 이유라고 강변하기도 하지만, 전쟁 이후 출산율 폭증하는 것처럼 자연적 이유"라며 "반면 2030대 청년층은 그만큼 인류가 필요없는 시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다. 연금숙주와 채권발행이 필요한 공무원 정부, 귀족노조로서는 불안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사회 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건 단순 돈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모씨는 "현재 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건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돈 많은 남자들도 상당수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남성이 경제적 부담을 거의 다 떠안는 지금의 결혼 악습을 개선하지 않으면 혼인률 저하와 저출산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35세 이후 첫 출산하는 女 증가…노산시 폐경후 골다공증 위험 최대 3배 높아


한편 35세 이상 나이에 마지막 출산을 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경 후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최대 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위지선·길기철 교수 연구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폐경 여성 4546명 중 연구대상자로 적합한 1328명을 추려 출산 시 연령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대상자의 35.24%(468명)로, 3명 중 1명꼴이었다. 특히 출산 횟수가 많고 마지막 출산연령이 높을수록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았다. 출산을 4회 이상 하거나 마지막 출산이 35세 이후인 여성은 골다공증 위험이 최대 3배 규모로 커졌다.

위 교수는 "출산 횟수가 4회 이상인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약 60%로 1~2회 출산한 여성(20%)에 비해 3배 높았다"며 "35세 이후에 마지막 출산을 했을 경우에도 20대에 마지막 출산을 한 여성에 비해 골다공증 위험이 3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폐경기 골다공증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미리 적절한 칼슘을 섭취하는 등의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고관절이 골절된 50세 이상 환자 17.4%는 최초 골절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위 교수는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35세 이후에 처음이자 마지막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출산을 앞둔 이 연령대 여성들은 폐경 후 골밀도 감소 위험을 낮추기 위해 칼슘 섭취 등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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