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박모(27·여)씨는 요즘 남 몰래 ‘작은 일탈’을 즐기고 있다. 매일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 탕비실에 들어가 커피믹스를 한 움큼씩 챙기는 것. 태연한 척 자리로 돌아와서 성공적으로 가방에 커피믹스를 집어넣을 때면 쾌감마저 느껴진다고 한다. 때로는 낱개 포장된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이 그의 가방에 담긴다.
박씨는 “어차피 회사 사람들 마시라고 구비해 놓는 것들이지만, 따로 챙겨 가는 건 왠지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라 떨린다”면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 가운데 박씨처럼 회사 탕비실에서 과자, 음료수를 챙기거나 개인 자료를 회사 프린터로 대량 인쇄하는 등 필요 이상으로 비품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 같은 세태를 일컫는 ‘소확횡’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미 유명해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단어를 변형한 이 말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이란 뜻이다.
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을 보면 소확횡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먹을거리를 챙겨왔다거나 볼펜, A4용지, 테이프 같은 사무용품을 잔뜩 집어왔다는 고백이다. 탕비실 물품이나 회사 비품을 구매할 때, 또는 회식 때 일부러 ‘내 돈이라면 절대 사거나 먹지 않을 것들’을 고른다는 내용도 있다.
실물뿐만 아니라 ‘시간’ 역시 소확횡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화장실은 꼭 업무시간에만 가고, 양치질은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32)씨는 “건강 때문에 금연을 하려다가도 회사에서 10분씩 담배 피우러 나가는 시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쉽지가 않다”며 “흡연을 할 때는 ‘놀면서 돈을 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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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소확횡’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