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04 21:06:12
기사수정 2018-12-04 21:35:16
‘업계 자율 규약’ 효과 논란/일각 “정부 주도의 反시장적 조치”/“장사 잘되는 업주만 이득” 비판도/ /“50∼100m 출점거리 제한 부적절/ 최소한 150∼200m 이상은 돼야”/“개업 희망자 기회 박탈” 지적도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편의점 과밀화 해소를 위해 경쟁사 간 출점 거리 제한을 지역에 따라 50∼100로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편의점 업계의 자율규약을 사상 처음으로 승인했다.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 제정은 가맹분야 최초 사례로 과밀화 해소와 편의점주 경영여건 개선에 초점을 두고 출점과 운영, 폐업에 걸친 업계에 자율 준수 사항이 포함됐다. 자율규약은 전국 편의점의 96에 적용된다. 이번 자율 규약은 편의점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자 나온 고육지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율규약이 사실상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로 일부 점주의 기득권만 보호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4일 서울의 한 상가에서 서로 다른 업체의 편의점 두 곳이 가까운 거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편의점 사이의 거리가 지역에 따라 50∼100m로 제한된다. 이재문 기자 |
◆근접 출점 사실상 제한
자율규약은 먼저 근접 출점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출점예정지 근처에 경쟁사 편의점이 있다면 주변 상권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거리 제한은 구체적인 수치를 담지 않고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 제한은 담배사업법과 조례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50∼100다.
규약 참여사는 이 기준에 따라 정보공개서에 개별 출점기준을 담는다. 원칙적으로 경쟁사끼리 50∼100 출점 제한 거리를 두지만, 유동인구가 많거나 밀집된 상권이라면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
운영 단계에서 각 참여사는 가맹점주와 공정거래·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상생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직전 3개월 적자가 난 편의점에 오전 0∼6시 영업을 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당한 영업시간 금지도 규약에 담겼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 선포식에 참석해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규약으로 편의점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시장적 조치’ ‘아쉽다’ 평가 이어져
편의점 업계는 겉으론 ‘실효적’이라고 수용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반시장적 조치’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점주들은 ‘아쉽다’는 평가가 주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개입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반시장 경제적인 조치를 한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장사가 안 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장사를 잘 하는 기득권 세력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점주들도 담배 소매점 거리 제한이 준용된 것으로는 과밀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며 이번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계상혁 전국 편의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애초에는 동일 브랜드에서 출점 제한 원칙으로 삼고 있는 250를 타 브랜드에도 적용할 것을 주장해왔지만 거리를 지정할 수 없다고 해서 담배 소매점 거리 제한을 준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150∼200는 돼야 확실한 상권 보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규 편의점 출점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시장 참여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장사가 잘 되는 시내 요지의 편의점 옆에 새 편의점을 내기 어렵게 돼 기존 점주의 기득권만 보호해 주고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들은 권리금 외에 ‘웃돈’이 크게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박영준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