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리치, 발롱도르 입맞춤 … ‘메날두 시대’ 끝냈다

11년 만에 양강구도 깨져/인구 400만명의 소국 크로아티아/월드컵 결승 이끌며 이목 한몸에/5월엔 팀 UCL 3연패 위업 견인/유럽·FIFA 올해의 선수 등 3관왕/
2위 호날두… 메시는 5위에 그쳐
지난 5월 우크라이나 키예프 NSC 올림피스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가냘픈 체구의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가 중원을 종횡무진 휘저었다. 중원 장악은 골로 이어져 레알 마드리드는 이 경기를 3-1로 승리하고 42년 만의 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모드리치는 경기 뒤 그다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와 골을 터뜨린 개러스 베일(29), 카림 벤제마(31)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가져가 버린 탓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드리치는 어디까지나 ‘최고의 조력자’에 불과했다.

이런 모드리치가 불과 7개월여 만에 세계 축구계의 정점에 섰다. 그는 4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18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2위 호날두를 제치고 남자축구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앙투안 그리에즈만(27·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킬리앙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가 3, 4위로 뒤를 이었고 메시는 5위에 그쳤다. 발롱도르는 프랑스의 축구 전문매체인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상으로, 지난 10년간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 등 단 두 명만이 수상을 양분했었다. 모드리치가 ‘메날두 10년 천하’를 마침내 끝낸 셈이다.

루카 모드리치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2018년 남자 발롱도르를 수상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모드리치는 이미 8월 수상자가 결정된 유럽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상, 9월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여전히 메시와 호날두가 리그와 UCL 등에서 식지 않은 위력을 보이고 있었지만 모드리치의 수상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6월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을 계기로 모드리치의 위상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모드리치는 인구 400만명의 소국 크로아티아를 결승까지 이끌며 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상대의 예측을 벗어나는 창의력에 기반한 그의 플레이가 축구팬들을 한순간에 매료시켰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에서는 예술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월드컵에서의 빛나는 활약 속에 그의 아픈 과거사도 다시 조명됐다. 1990년대 초반 유고슬라비아 내전 속에서 난민으로 떠돌던 소년이 축구를 통해 꿈을 이룬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아쉽게도 모드리치의 월드컵 우승 꿈은 좌절됐다. 크로아티아는 네임밸류에서 훨씬 앞서는 스타군단 프랑스를 상대로 한 결승에서 2골을 뽑아내며 선전했지만 끝내 2-4로 패했다. 그러나 모드리치의 활약만큼은 축구팬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대회 이후 한껏 높아진 평가 속에 주요 상들을 휩쓸었고, 마침내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까지 차지하며 조력자가 아닌 ‘2018년의 주인공’으로 완벽하게 올라섰다.

모드리치도 이날 수상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수상자로 호명된 뒤 “발롱도르를 수상한 위대한 선수들 사이에 포함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