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05 18:47:09
기사수정 2018-12-05 20:09:17
발판 놓은 첨단 의료산업… 최대 4조원대 생산 효과 기대/ 외부 투자로 대규모·장기투자 가능 / 해외환자 수 30만명 유치 가정땐 / 최대 3만7000명 고용 창출 분석 / 의료계 ‘제주도 결정’ 찬반 팽팽 / “새 활로 개척” vs “공공성 약화”
제주도에 영리병원(투자개방형병원)이 물꼬를 트면서 의료기술 수준이 높고 연구할 능력도 있지만 투자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의료기관에 새로운 기회가 마련됐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의료법인을 불허하고 있는데 예외적으로 외국자본 유치 활성화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도에는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인천 송도나 제주도 등지에서 투자받아 첨단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했지만, 실제로는 각종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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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오후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
이미 수많은 정책연구를 통해 영리병원은 보건의료산업 측면에서 대규모 생산유발과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았다. 첨단 의료기술이나 신약개발을 위해선 고가 첨단 장비는 물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연구·개발(R&D)을 위해 대규모·장기투자가 필요한데도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운 비영리병원에선 엄두를 못 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해외환자 유치형 영리병원의 경우 해외환자 수 30만명을 가정하면, 생산유발 효과가 1조6000억∼4조8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1만3000∼3만7000명으로 분석한 바 있다. 고급의료 서비스 수요 충족형으로 설립될 때도 우리나라 인구 약 3%가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2조7000억∼3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1000∼2만7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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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내부 모습. 녹지국제병원 제공 |
제주도의 이번 결정은 의료계 안팎에서 의료 분야의 새 활로를 개척했다는 주장과 의료 공공성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맞선다. 영리병원은 외국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만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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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제주도내 30개 노동·시민단체·정당 단체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제주도의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발표 이후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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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개원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도청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
영리병원 도입을 주장해온 측은 새로운 자본 투자가 이뤄지면서 의료서비스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처럼 회사 형태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투자를 통해 국내 의료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쪽은 “환자 입장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반면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녹지국제병원을 시작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녹지국제병원은 이익을 내려는 병원들 사이에 ‘뱀파이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명이 물리면 순식간에 여러 명에게 전파가 되듯 처음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다음에는 전국 곳곳에서 영리병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영리병원은 우리가 가진 보건의료체계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며 “의료비를 결정하는 수가와 환자 알선 금지, 의료광고 규제 등 각종 안전장치가 다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이귀전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