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국칼럼] 무엇을 위한 촛불인가

촛불로 몰아내는 어둠은 제한적/희생·헌신 빠진 짝퉁 촛불만 난무/개혁은 자기 몸부터 먼저 치는 것/남을 때리는 건 폭력에 불과할 뿐 감히 촛불을 말한다. 촛불은 세상의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설사 천개에 불을 붙이더라도 가로등 하나만 못하다. 촛불이 밝히는 어둠은 제한적이다. 자기 주변의 어둠만 겨우 빛으로 밝힐 뿐이다. 촛불로 타인이나 세상의 어둠까지 몰아내겠다는 것은 교만이다.

우리가 꼬마전구보다 못한 촛불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자기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위대한 인물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지난 탄핵정국에서 많은 국민들이 유독 촛불을 손에 쥔 이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배연국 논설실장
지난 주말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촛불세력들이 2년 만에 다시 뭉쳤지만 정작 촛불의 희생정신은 눈에 띄지 않았다. 촛불 선봉대임을 자처하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요구한다. 하지만 실제론 자기 밥그릇이 줄어들까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방해하고 고용세습을 움켜쥐고 있다. 이게 탐욕 아니고 뭔가. 자기 이익을 앞세우는 자는 촛불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얼마 전 민노총 위원장은 청와대 앞에서 집권세력을 향해 “어떻게 집권했는지 자각하라”고 소리쳤다. 내 덕에 권력을 잡았으니 이제 ‘촛불 청구서’의 대금을 지불하라는 압박이었다. 이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백주대낮에 회사 사장을 붙잡아 놓고 임원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렸다. 노조원들의 불법 점거로 검찰총장이 뒷문으로 출퇴근하고, 지방노동청장은 자기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이런 무법에도 사법부와 경찰은 이들의 눈치만 살핀다. “이게 나라냐”는 외침이 도로 촛불세력으로 향하고 있다.

촛불정신이 빠진 촛불은 짝퉁임이 분명하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소금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들이 촛불을 들고 법치를 짓밟는 순간, 촛불의 영혼은 구둣발 아래에서 피를 흘릴 것이다.

국회 앞 촛불세력들이 내건 구호는 사회 대개혁이었다. 개혁에 역주행한다고 정부를 성토했으나 개혁의 참뜻을 거꾸로 읽는 쪽은 오히려 그들이다. 참된 개혁은 남이 아니라 자기를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고칠 개(改)는 몸 기(己)와 때릴 복(?)으로 이뤄져 있다. 고치려는 사람은 먼저 자기 몸부터 때려야 한다는 뜻이다. 가죽 혁(革)은 짐승의 껍질에서 털을 뽑고 무두질로 다듬은 가죽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개혁이란 자신을 때리고 껍질을 벗겨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그런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비로소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촛불을 외치는 자들의 개혁에는 자기가 빠져 있다. 이들은 타자를 적폐로 몰아 몽둥이를 휘두른다. 피가 나는 곳은 언제나 상대 쪽이다. 남을 치는 것은 폭력이지 개혁이 아니다. 개혁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폭력은 세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자기로 말미암지 않은 개혁은 가짜다. 촛불도 남의 어둠을 탓하기 전에 자기 주변의 어둠부터 먼저 거둔다. 그것이 촛불이 지향하는 자기희생이고 개혁이다.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없애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타인의 허물까지 물리치겠는가. 타락한 영혼으로는 타인의 영혼을 구제할 수 없다. 오물로 얼룩진 걸레로 마루를 닦으면 바닥은 더 더러워질 것이다.

촛불의 정신을 보지 않고 외양에 집착하면 오독할 위험이 있다. 손에 촛불을 들면 내 주위는 밝지만 저쪽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밝은 이쪽은 정의이고 깜깜한 저쪽은 적폐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저쪽을 함께 살아갈 국민으로 보지 않고 처단의 대상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모든 갈등과 폐단은 여기서 출발한다.

촛불세력은 국회 포위를 계획하면서 “그들이 위임받은 권력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려주자”고 했다. 오만이다. 대한민국은 ‘촛불의, 촛불에 의한, 촛불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안창호, 김구, 이순신의 피땀으로 지킨 나라, 그 주인은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런 거짓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짝퉁 촛불이 아니라 진실의 태양이다. 그 진실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배연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