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07 13:06:59
기사수정 2018-12-07 13:06:59
‘눈물 젖은 빵’과 함께 설움을 삼켰던 사람.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랬다.
‘쌀딩크’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때 대표팀 수석코치로 일했다. 당시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 황선홍이 선제골을 넣은 뒤 한국 벤치로 달려가 박 감독과 진한 포옹을 해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은 그해 부산 아시안게임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지만, 동메달에 그쳐 해임됐다. 이후 K리그와 실업축구를 오가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난해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뒤 ‘천운’을 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비롯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이제 박 감독은 또 하나의 ‘매직’을 일으킬 참이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경기서 필리핀을 2-1로 꺾고 1, 2차전 합계 4-2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베트남은 오는 11일과 15일에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말레이시아 벽까지 넘으면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응원해주신 열정적인 팬들과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승리의 공을 돌렸다. 그는 이어 필리핀을 지휘한 세계적인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에 대해서도 “에릭손 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다.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필리핀을 두 차례 꺾었지만, 솔직히 내가 그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베트남은 1-0으로 앞선 후반 42분 응우옌꽁프엉이 현란한 기술로 페널티 지역 왼쪽을 뚫은 뒤 왼발 강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벤치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박 감독은 승리를 예감한 듯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반전에 골을 허용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1차전 때 필리핀은 후반 15분에서 후반 30분 사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마지막 고비가 남은 베트남은 여세를 몰아 우승컵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박 감독은 말레이시아와 결승에 관한 질문에 “조별리그에서 2-0으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공격력이 좋은 팀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겠다”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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