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채취장서 구출된 '반이·달이·곰이'에게 희망을

 7일 녹색연합이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사육곰 세 마리를 구출했다. 1980년 반달가슴곰 사육이 시작된 이래 사육곰이 구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강원도 강릉의 한 농장에서 수의사가 구출할 반달가슴곰을 마취하기 위해 블로우건을 불고 있다.
반달가슴곰의 엉덩이에 마취약이 든 침이 꽂혔다.
이날 녹색연합은 강원도 한 사육농가에서 4살된 반달가슴곰 세 마리 반이(수컷), 달이(수컷), 곰이(암컷)를 청주와 전주동물원으로 옮겼다. 2014년 1월 태어난 이들 곰은 10살까지 사육 철창 안에서 살다가 웅담 채취를 위해 도축될 운명이었다.

곰 구출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곰들을 마취시킨 뒤 수의사의 지휘 아래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농장 밖으로 곰을 옮겼다. 곰들은 각각 개별 케이지에 실린 채 무진동 차량으로 동물원으로 향했다.

마취된 반달가슴곰을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옮기고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수의사가 동행했으며, 한 시간에 한 번씩 반이와 달이, 곰이의 상태를 계속 점검했다. 곰 구출에 앞서 지난달 28일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오랜 시멘트 바닥 생활로 발 바닥이 갈라지고 출혈이 있었지만 대체로 양호한 상태였다.

케이지로 옮겨진 반달가슴곰이 무진동차량을 타고 강릉 농장을 떠나고 있다.
반이와 달이, 곰이가 살았던 농장 우리. 녹색연합 제공
수놈인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 암놈인 곰이는 전주동물원에 새 보금자리를 틀게 됐다.

이들은 약 1개월 동안 합사 훈련 등 적응 과정을 거친 후 다른 곰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사육곰은 1980년대 농가 수익을 위해 재수출 목적으로 러시아, 연해주 등지에서 수입됐다. 이후 우리나라가 CITES(멸종위기야생동물의 국제간 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며 판로가 막혔고, 방치된 곰들은 웅담채취용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에서 웅담채취용 곰을 합법으로 사육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현재 전국에는 사육곰이 540마리 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와 시민단체가 함께 생추어리(보호시설)를 조성해 구출된 사육곰 200마리가 여생을 보내도록 하고 있다. 중국도 쓰촨성에 사육곰 생추어리 파크를 설립했다. 


녹색연합은 “이번 사육곰 구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인간의 욕심이 만든 생명 잔혹사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