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10 09:25:42
기사수정 2018-12-10 10:34:27
MB 때 임명·박근혜정부 시절 사퇴·기소… 문재인정부 들어 무죄 확정
박근혜정부 시절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됐다가 올해 4년 여 만에 무죄가 확정된 이석채(73·사진) 전 KT 회장이 법원에서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수석부장판사 김종호)는 지난 5월 무죄가 확정된 이 전 회장에게 형사보상금 69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통상 형사보상금은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이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 억울한 구금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돼 1심부터 대법원까지 줄곧 불구속 재판을 받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피고인도 무죄가 확정되면 그 동안 쓴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전 회장은 김영삼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내고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KT 회장에 임명됐다. 그는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듬해 박근혜정부로의 정권교체 이후 돌연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가 2013년 11월 끝내 사퇴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2011∼2012년 3개 회사를 인수해 KT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KT에 103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KT가 2009∼2013년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지급한 27억5000만원 중 11억7000여만원을 돌려받은 단서를 잡고 이 돈이 이 전 회장을 위해 조성된 비자금에 해당한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도 아울러 적용했다.
검찰은 2014년 1월 이 전 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검찰은 3개월 뒤인 2014년 4월 이 전 회장을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이때부터 4년 여에 걸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1심은 이 전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둘 다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횡령 혐의는 유죄로 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배임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은 그대로 확정하는 한편 횡령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비자금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깼다. 이후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횡령 혐의도 무죄 선고가 났고, 검찰이 재상고를 포기하며서 올해 5월 이 전 회장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 전 회장 무죄 선고를 놓고 일각에선 “박근혜정부가 이전 정권 시절 요직에 기용된 인사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검찰이 무리한 ‘하명수사’를 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재계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내린 경영상 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는 데 있어 검찰과 법원 모두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