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FO, 보석금 125억원 제시…캐나다 법원 "보증인에 의문"

보증금 현금·자산 비중 놓고도 변호인·검찰 공방…심리 다음날 재개
미국의 범죄 혐의 수배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법원에 보증금 1천500만 캐나다달러(약 125억원)를 조건으로 석방을 요청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의 남편은 이날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에서 두 번째로 열린 보석(보증금 조건부 석방) 심리에서 현금과 자산을 합쳐 미화 1천100만 달러에 해당하는 보석금을 내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멍 부회장 부부는 캐나다에 2천만 캐나다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집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가격은 각각 560만, 1천630만 캐나다 달러(약 47억원, 138억원)로 알려졌다.

재판장은 멍 부회장의 중국 귀환 등 도주 가능성과 관련, 만약 보석을 허가할 경우 어떻게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관해 보안업체 의견도 청취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남편 류샤오쭝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거주자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보증인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보증인은 피의자가 보석 조건을 잘 지키는지 거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류샤오쭝이 방문자 신분인 만큼 멍완저우를 미국에 인도할지 법원 심리가 길게는 수 년간 이어지는 동안 법정에 계속 출석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멍 부회장의 변호인은 140만 캐나다달러는 자산으로, 100만 캐나다달러는 현금으로 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검찰은 자산과 현금이 절반씩 비중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멍 부회장에게 전과가 없고 여권이 압수돼 항공편을 탈 수 없으며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서 보석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검찰과 멍 부회장 양쪽이 각각 "주(州) 거주자인 보증인의 필요성 또는 강력한 요구"를 제대로 개진해야 보석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휴정을 선언했다. 심리는 11일 재개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밴쿠버 법원 심리는 캐나다에서 오랜 법적 절차의 시작"이라며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조약이 체결돼 있어도 미국으로 넘겨지는 데는 몇 달, 심지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캐나다 정부가 멍 부회장을 미국으로 인도하는 것에 법원이 동의하더라도 멍 부회장에게는 상소(항소·상고)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한편 중국이 주중 미국 대사와 캐나다 대사를 초치하는 등 반발하는 것과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수배한 중국 최고 기술기업 경영자의 체포로 중국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