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들었다 놨다'…2019년 김정은 신년사는? [NK 리포트]

北, 민족 공조 강조 속 '남북교류 활성화·통큰 경협' 제안할 듯/ 北 최고통치자 발표 국정연설 / 정책근간·추진 방향·과업 제시 / 국제사회 고강도 제재 지속으로 / 예년처럼 자력갱생 요구 가능성 /‘정부차원 인도적 지원’ 바랄 듯 / 對美 메시지, 강경으로 선회 주목
지난해까지 군사적 충돌 위기의 먹구름이 짙었던 한반도 정세를 역전시킨 계기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였다.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의사를 공식화함으로써 대남 관계 개선 행보에 시동을 건 김 위원장의 2018년 한 해 대외 행보는 다채로웠다. 70년간 적대적 관계를 지속해온 북·미 양국은 사상 첫 정상회담 개최라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대형 외교 이벤트가 숨가쁘게 이어졌으나 가속도가 붙는 듯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은 하반기로 갈수록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를 발판삼아 다시 한번 국면전환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평양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년사 의미… 국정운영 청사진

신년사는 새해를 맞아 북한의 최고 통치자가 발표하는 국정연설로 그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이나 다름없다. 그해 신년사를 통해 모든 분야 정책의 근간과 추진방향 및 과업을 제시한다. 고위 엘리트 간부부터 일반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북한 주민 전체의 업무·생활지침으로 기능한다. 북한 주민들의 새해 첫 과업은 김일성 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과 초상화에 헌화하고 신년사를 학습하는 일이다.
1946년 김일성 주석이 ‘신년을 맞으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하의 신년사를 처음 발표한 이래 1957년과 1987년을 제외하고 북한 지도자들은 해마다 새해 아침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 주석은 육성연설을, 김정일 위원장은 신문(노동신문·인민군보·청년전위보)에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이후 매년 신년사를 육성연설로 발표했으며, 이는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방영됐다.

신년사는 전년도 분야별 평가에 이어 새해 정책 추진방향을 제시하는 순서로 구성된다. 주로 정치·군사→경제·사회→대남→대외정책 순의 흐름이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 차원에서 신년사를 활용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대외명분을 선점하거나 대내외 선전용 성격이 다분하다.

원산구두공장 현지지도 북한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원산구두공장 현지지도 모습. 귀여운 디자인의 아이 신발을 들여다보는 김 위원장의 표정이 밝다.
뉴시스
◆경제부문 메시지 주목

2019년 신년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신년사를 계기로 2018년 한 해 동안 대남 관계개선 및 비핵화 대화에 나선 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방향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경제·대남·대미 부문이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인민 경제 개선 향상을 강조했고, 지난 4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어 핵·경제 병진 건설 노선의 종결을 선언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공식 채택했다.

내년 신년사 경제부문에는 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새해 과제가 함께 제시되어야 하는데 올해 평가가 문제다. 올해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3년차에 해당하는 연도로 김 위원장은 여러 경제현장 시찰 때마다 성과 창출을 채근했다. 북한 매체 보도를 보면 일부 생산시설에서 목표 생산량을 초과달성했다는 내용의 선전 사례도 심심찮게 소개된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이러한 생산단위들 몇곳의 성공사례와 주요 건설현장 공사 진척 상황 등을 소개하며 적대세력의 제재 책동에도 불구하고 일군 경제적 승리로 포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년처럼 주민들의 자력갱생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부 자본이 불충분하고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지속하면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북한 경제가 처한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경제발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 고위 탈북민은 “북한 나름대로는 풍계리 핵실험장도 폐기하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했는데 제재가 풀리지 않아 본격적 남북경협도 어려우니 2019년 신년사에서도 주민들의 자력갱생·자력자강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거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미국하고 협상하면 중유가 들어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미·중과 정상회담을 그렇게 했는데도 들어온 게 아무것도 없으니 주민들에게 선전할 거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남 경협 강조·대미 메시지는 불투명

대남 부문에서는 민족 공조를 강조하며 다방면의 교류 활성화·본격화 및 통 큰 경제협력을 제안하고 나올 수 있다. 현재 남북 간 진행 중인 철도·도로 협력 이외 다른 부문에서도 경제협력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북 인도적 지원도 마찬가지다.

대북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현재 과거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했던 일회성에 불과한 시혜적 지원방식을 원치 않는다”며 “대신 기술과 설비가 북한에 함께 들어가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지속적인) 협력을 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고위 탈북민도 “인도적 지원의 경우 북한은 개별적 민간단체 지원보다 정부 당국 차원의 지원을 선호한다”며 “그래야 대규모로 통 큰 쌀·비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북한 경제 사정이 지금 굶어죽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단체의 찔끔찔끔 지원은 필요 없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대미(對美) 메시지는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다. 아직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북·미 간 샅바싸움 중인 상황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핵 군축 협상 용의가 있음을 밝히면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올 수 있다”면서 “다만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재 완화 등이 이뤄지지 않아) 자신들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에 강경한 방향으로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