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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배임 등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사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2차 파기 환송심 첫공판에 출석했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0월 KBS는 단독 보도를 통해 이 전 회장이 63일간 수감 이후 간암 3기를 이유로 병보석으로 집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풀려났는 데도 이를 벗어나 흡연을 하고 술집에 드나드는 한편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황제 보석' 논란이 일자 12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파기환송심의 첫재판에서 검찰은 보석 취소 의견을 냈다.
이에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보석은 특혜가 아닌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라며 불구속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보이고, 중한 처벌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면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높다"며 보석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내 암 환자가 288명이나 수용돼 있고 이 가운데 이 전 회장과 같은 간암 환자가 63명이라고 전하면서 "구속상태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재벌이라는 신분 때문에 특혜를 받는 게 아니라 정당한 법 집행의 결과이며 불구속 재판 원칙이 실현된 결과"라며 "가난한 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보석이 안 되면 이런 문제를 지적해서 불구속 재판이 되도록 해야지 이걸 특혜라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주거 범위 제한 등 보석 조건을 위반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에서 '병보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과거 법원이 보석을 허가한 건 건강상태와 공판 진행 경과, 증거 인멸 및 도주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해서 내린 것"이라며 "배후세력이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인지는 몰라도 '병보석'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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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 10월24일 보도한 동영상 속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모습. KBS에 따르면 이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지난해 여름 서울 신당동에서 흰 티셔츠를 입고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포착돼 관련 동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KBS 뉴스 캡처 |
특히 이 전 회장이 떡볶이를 먹으러 다닐 정도로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의도로 보도했는지는 몰라도 '재벌이 떡볶이 정도밖에 안 먹느냐'며 불쌍하게 보는 사람도 있는 거로 안다"라고 응수했다.
변호인은 아울러 재판부에 언론과 여론에 영향을 받지 말고 보석 취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10월25일 대법원 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에게 적용된 조세포탈 혐의가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다른 혐의와 별도로 심리·선고해야 하는 범죄인지 먼저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이 없다며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2심만 3번 받게 됐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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