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16 11:39:49
기사수정 2018-12-16 11:39:49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안겨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과거 축구계에서 썩 주목받지는 못했던 인물이다.
경남 산청 출신인 박 감독은 경신고와 한양대를 거쳐 지난 1981년 제일은행에서 실업 축구 선수로 데뷔했다.
1981년 일본과의 친선경기 때 대표팀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1985년에는 럭키 금성의 리그 우승멤버로도 활약했지만 ‘선수’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박 감독이 본격적인 조명을 받은 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활약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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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
박 감독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활동했으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란해 패해 동메달에 그치면서 석 달 만에 경질됐다.
K리그 무대에 선 박 감독은 경남FC와 전남 드래곤즈 그리고 상주 상무의 사령탑으로도 활약했지만, 구단과의 갈등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후 박 감독은 동남아에 가서 일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아내의 제안을 부담스럽게 여겼지만 근성과 부지런함으로 버텨냈다.
지난 4월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박 감독을 보고 환호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박 감독은 아버지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스즈키컵 결승 진출을 확정 짓고 1차전을 치르고자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던 중 비행기에서 부상 선수를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석을 흔쾌히 내주고 대신 이코노미석에 앉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박 감독의 따뜻한 진심에 베트남 선수들은 결국 10년 만의 우승으로 보답했다.
베트남의 우승 소식을 반기는 이들 중 일부는 “그의 ‘인생’을 응원했던 것 같다”며 베트남에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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