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16 19:36:48
기사수정 2018-12-17 14:09:52
재직 시절 거듭된 성추행 혐의로 물의를 빚고 법복을 벗은 전직 판사가 최근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로 법조계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 심사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직 판사 A씨는 최근 변협에 변호사 개업 신청서를 내 변협 등록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는 현재 성범죄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법무법인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무법인은 강제추행이나 강간·준강간 등 각종 성범죄 사건을 맡아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거나, 법원에서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냈다고 광고하고 있다.
A씨는 4년여 전 지방법원 판사로 일하던 시절 대학생 여성에게 기차표를 끊어주고 자신의 근무지 주변 유흥주점으로 불러내 신체 접촉을 한 혐의(강제추행)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군 법무관 시절에도 다른 대학생 후배를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으로 불러내 성추행한 의혹을 받았다.
A씨는 검찰에 의해 불구속기소되자 사직서를 내고 법원을 떠났다. 그는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 선고를 받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다.
변호사법상 A씨의 과거 비위는 변호사 등록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재직 시절 벌금형이나 감봉 수준의 징계를 받은 판검사의 개업 제한 규정은 없다. 다만 파면·해임·면직 처분을 받은 경우 각각 5년·3년·2년이 지난 뒤 심사를 거쳐 변호사 개업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2년 이후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직 시절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며 승용차를 뇌물로 받아 ‘그랜저 검사’로 알려진 부장검사 출신은 출소 후 5년이 지났지만 변협은 그의 변호사 개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자격정지 기간이 끝났는데도 비위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변호사 개업을 막은 것이다.
변협 한 고위 관계자는 “중립성을 확보하려고 등록 심사 업무를 등록심사위원회에 맡기고 논의 과정에 관여하지 않아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날 때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몰카 판사’로 알려진 B 전 판사의 변호사등록 심사 결과는 내년 초 나올 전망이다. 야권 중진 의원의 아들인 B 전 판사는 지난해 7월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